9부 능선 넘어… 유럽의회, 오는 4~5월쯤 최종 승인 전망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 각료이사회가 9일(현지 시간) 남미공동시장, 즉 메르코수르(MERCOSUR)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승인했다. 양측이 협상을 개시한 지 26년 만이다. 이에 따라 양측 간 FTA는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오는 12일 쯤 남미 파라과이에서 열리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 참석해 협정에 공식 서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EU 각료이사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메르코수르와의 FTA 체결 안건을 전체 회원국 27개국 중 21개국의 찬성으로 최종 가결했다. 반대는 4개국, 기권은 2개국이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오늘 표결 결과는 유럽 무역 정책의 이정표"라며 "우리의 전략적 주권과 행동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협정을 통해 우리는 남미 파트너들과 경제 및 무역 관계를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독일과 유럽 모두에 이롭다"고 말했다.
유럽과 남미가 FTA를 체결하면 남미 우루과이에서 동유럽 루마니아에 이르기까지 약 7억8000만명의 인구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게 된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국이 무역 장벽을 전면 철폐하면서 탄생시킨 남미의 공동시장이다. 지난 1995년 공식 출범했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거시경제학자 안토니오 파타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을 세계 다른 국가들로부터 고립시키는 정책을 펼치는 상황에서 EU가 글로벌 차원에서 무역 통합 정책을 주도하고 다른 곳에서 파트너를 찾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EU 각료이사회의 결정에는 이탈리아가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프랑스와 폴란드, 아일랜드, 헝가리 등 4개국은 저렴한 남미산 소고기와 설탕, 가금류 등이 쏟아져 들어올 경우 유럽의 농업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전날 농민들이 트랙터 등을 동원해 개선문 앞 광장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가 많은 이탈리아가 반대 진영에 합류했다면 이번 안건은 부결로 끝날 수도 있었다.
EU는 FTA 안건 등에 대해서는 '이중다수결'이라는 시스템을 적용한다. 27개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가 아니라 27개 회원국의 55%, 인구 기준으로는 65%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가결되는 방식이다.
반대로 가결 차단을 위해서는 4개국 이상, 인구는 3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의 경우 반대가 4개국, 기권이 2개국이어서 국가 수로는 차단이 가능했지만 인구 기준으로 35%가 넘지 않아 결국 찬성으로 결론이 났다.
외신은 "인구 대국 중 하나인 이탈리아가 반대에서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EU·메르코수르 FTA가 결정적인 관문을 통과했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인구는 약 5900만명으로 전체 EU 인구의 약 13%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찬성 측 인구 비중이 74%로 치솟았다고 한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메르코수르와의 FTA 협정에 어떠한 이념적 반대도 없었다"며 "농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제공된다면 우리는 언제나 협정에 찬성할 것이라고 말해왔다"고 했다.
한편 이번 FTA의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 유럽의회 표결은 오는 4~5월쯤 실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U 외교가에서는 큰 이변없이 승인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U의 정책과 입법안은 국가들의 대표 기관인 각료이사회와 EU 시민들이 직접 뽑은 유럽의회가 모두 승인해야 결정된다. 양측 이견이 존재할 경우 합의가 될 때까지 협상·조정 과정이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