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제8대 음악감독으로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를 맞이했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무대를 누벼온 아바도 감독은 "이 멋진 오케스트라와 이미 특별한 경험을 했다"며 설렘 속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취임 소감부터 향후 3년의 비전, 음악 철학까지 차분하지만 분명한 언어로 풀어냈다.

7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전당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 8대 음악감독 로베르토 아바도 취임 간담회가 열렸다.
이탈리아 음악평론가협회로부터 탁월한 예술적 성취와 치밀한 시즌 기획력을 인정받아 프레미오 아비아티를 수상한 아바도 감독은 오케스트라의 명장으로 평가받는다.
아바도 감독은 국립심포니와의 첫 작업을 떠올리며 "함께 일할 때 첫 몇 초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협업 작품은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였다. 그는 "오페라를 연주하는 것과 관현악 작품을 연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특히 이탈리아 작곡가 중에서도 벨리니는 음악적 프레이즈의 유연성이 핵심이라 쉽지 않은데, 오케스트라가 내가 머릿속에 그렸던 음악을 그대로 구현해냈다"고 말했다.
이어진 레퍼토리에서도 인상은 같았다. 아바도 감독은 "모든 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어렵지 않았고, 그래서 이 자리에 큰 기쁨을 안고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아바도 감독은 향후 3년을 관통할 핵심으로 '프로그램'과 '음악적 여정'을 꼽았다. 그는 프로그램 기획에 있어 세 가지 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첫째는 멘델스존과 슈만이다. 그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음악적으로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작곡가를 통해 낭만주의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둘째는 괴테와 음악이다. 아바도 감독은 "음악 속의 괴테, 혹은 괴테로부터 영감을 받은 음악을 탐구할 것"이라고 했다. 셋째는 셰익스피어와 음악이다.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등 셰익스피어로부터 얼마나 많은 오페라와 작품이 탄생했는지는 모두가 알 것"이라며 고전 문학과 음악의 관계를 풀어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어 "자료는 너무 많기 때문에 3년에 걸쳐 매년 조금씩 풀어갈 생각"이라며 "중요한 것은 의미를 부여하되 경직되지 않는 것,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메인 프로그램에 한국 작곡가 작품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아바도 감독은 상주작곡가 그레이스 앤 리의 작품이 4월 1일 연주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나는 늘 현대 음악에 큰 가치를 두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에서 온 나에게는 '한국이라는 열'이 있다"고 표현하며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강한 인상을 전했다. 그는 "영화, 팝, 록, 패션, 음식은 물론 클래식 음악까지 한국에는 대단한 에너지가 있다. 지휘자로 활동한 지 50년이 됐지만,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 음악가를 만났다. 이는 한국의 작곡가, 솔리스트, 성악가들이 얼마나 큰 재능을 지니고 있는지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아바도 감독은 전설적인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카다. 그는 "우리 가문에는 많은 음악가들이 있다"며 음악적 뿌리를 설명했다. 엄격하고 방법론적인 할아버지와 상상력이 풍부한 할머니, 그리고 1930년대 이탈리아 최초의 바로크 현악 오케스트라 창단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아바도 감독은 "삼촌은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것'이라는 개념을 심포니와 오페라로 확장한 인물"이라며 "그것이 바로 우리 가족의 전통"이라고 했다. 다만 차이도 있다. "삼촌은 푸치니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나는 푸치니를 위대한 작곡가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아바도 감독이 반복해 강조한 키워드는 '듣는 것'과 '열림'이다. 그는 "음악가들과의 대화, 악기를 통해 관객과 나누는 대화 모두 듣는 행위에서 시작된다"며 "듣는다는 것은 음악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행위"라고 말했다.
열린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는 "유연성이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음악이 경직되면 안 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음악이 숨 쉬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국립심포니와 함께할 앞으로의 3년, 로베르토 아바도 감독은 '듣는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가 숨 쉬는 음악을 만들어가겠다는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