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 피날레 아닌 '인터미션'
해외 투자자들 환헤지 확대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 달러화가 2026년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장 제 2막을 연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관심을 끈다.
약달러 흐름이 두드러지면서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거시 경제 여건부터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 활동까지 광범위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모간 스탠리가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2025년 상반기 미국 달러는 1973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달러 인덱스(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 바스켓 대비 달러 가치)는 1월부터 6월 말까지 약 11% 하락했다.
이는 2010년에 시작된 구조적 강달러 사이클이 2024년까지 약 40%의 누적 상승을 기록한 뒤 사실상 종료됐음을 의미했다.
7월에는 달러가 3.2% 반등하며 올 초 하락분 일부를 되돌렸지만, 하반기 전체로 보면 약보합 구간에서 횡보하는 흐름을 연출했다.

모건스탠리 리서치는 달러 약세가 앞으로도 이어져 내년 말까지 추가로 약 10% 정도의 하락이 더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모건스탠리 G10 외환 전략 책임자 데이비드 애덤스는 보고서에서 "지금은 피날레라기보다는 막간(인터미션)에 가까운 시점"이라며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의 금리와 성장률이 다른 국가들과 수렴해 가면서 달러 약세의 '2막'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달러 가치 하락은 소비자·기업·투자자·거시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인 입장에서는 해외 여행 비용이 더 비싸지고, 미국 자산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수입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달러 약세는 미국 수출 기업에는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호재가 될 수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었을 때 시장 컨센서스는 강한 경기 확장, 자본 유입 지속, 미국 주식·달러의 초과 성장을 동반하는 '미국 성장 우위의 또 한 번의 국면'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2025년 4월, 새로운 관세 정책 발표와 그에 따른 정책·경제 불확실성 이후 이러한 관점은 흔들렸다. 성장·인플레이션·국가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달러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이 가해졌다.
금리 차이는 통화 강세·약세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미국 금리가 다른 주요국 수준으로 내려갈수록 달러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은 커진다.
달러 향방을 가늠하는 데 또 다른 단서는 해외 투자자의 달러 자산 보유·헤지 행태다. 현재 해외 투자자는 30조 달러가 넘는 미국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유럽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채권만 약 8조 달러에 달한다.
모건스탠리 추정에 따르면, 상반기까지만 해도 유럽의 미국 자산 보유분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만이 환헤지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하반기부터 해외 투자자들이 선물·옵션 등을 활용한 환헤지를 늘리기 시작했다.
애덤스는 "미국 자산 보유 규모와 그동안 비헤지 상태였던 비중을 고려했을 때, 이는 꽤 장기간에 걸쳐 이어질 수 있는 큰 흐름이 될 수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