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황소서 시작해 우주가족까지,혁신의 일평생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고향과 가족, 황소와 초가집을 독창적 화법으로 그렸던 남도화단의 거장 황영성 화백(조선대학교 명예교수)이 27일 타계했다. 황 화백은 27일 오후 10시 30분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

1941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고인은 6·25전쟁 통에 남으로 이주하다 머물게 된 광주를 평생 터전으로 삼았다. 조선대학교 미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고인은 1969년부터 2006년까지 모교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미술대학장(1997), 부총장(1999)을 역임했다.
이어 2011년부터 3년간 광주시립미술관장으로 재직한 뒤 광주광역시 동구 작업실에서 창작에 전념했다. 지난 2023년 11월 개막해 지난해 2월까지 이어진 전남도립미술관의 화업 60주년 결산전 '우주가족 이야기'가 그의 마지막 전시였다.
1965년 전남 나주 영산포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황영성은 1973년 국전 출품작 '온고(溫故)'로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으며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1960,70년대 여섯 차례 국전에 입선한 그는 이후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그의 회화는 해외에서도 주목받아 1990년대 이후 이탈리아 나폴리현대미술관, 독일 드레스덴미술관, 프랑스 생테티엔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인성미술상, 금호예술상을 받았고, 황조근조훈장 등을 수훈했다.

황 화백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황소 집 인간 등을 단순화한 뒤 이를 반복적으로 표현한 회화로 '인간의 보편적 정서인 향수를 압축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가 필생에 걸쳐 천착한 주제인 '가족'과 '고향'은 후기에 접어들며 '우주가족'으로 넓고 깊게 확장됐다.
고인은 2004년 개인전 화집에 수록된 작가노트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과 어울림과 평화와 존중만이 새 인류, 새 세상, 새 자연, 새 우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족 이야기가 바로 나의 그림 이야기다"라고 썼다.
남도 정서에 기반한 자연과의 교감과 감흥, 이후 본격적인 자신만의 고유한 회화세계를 다져가며 눈 뜨게 된 너른 세상과 만물 존재의 공존의식과 자유의지가 어우러져 황영성은 '어울림의 화가'로 일가를 이뤘다. 유족으로 부인 김유임씨와 1남2녀가 있다. 빈소는 광주 조선대병원이며, 발인은 30일 오전 8시30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