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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부동산' 아닌 '예술'로 풀어보니…부산현대미술관 '나의 집이 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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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구조 변화로 축소되고 급변한 '집' 예술로 풀다
공모로 선정된 작가건축가·연구자 10팀 참여해
오늘의 도시현실 다양하게 해석한 10점 선보여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급격한 산업화와 고도화된 라이프스타일로 오늘날 우리의 집들은 크게 달라졌다. 인구감소와 도시축소, 지역소멸과 주거위기로 우리 주변의 집들은 날로 작아지고, 쪼개지며 변화를 거듭 중이다. 지금까지 집은 대부분 부동산의 개념으로, 주거의 개념으로 봐왔으나 이제는 예전 잣대로 집을 인식하는 것은 무리다.

축소되고 분화되다 못해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이고 있는 요즘 집둘은 '도시와 집'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외친다. 이런 시점에서 인간 삶의 중요한 한 축인 '집'을 예술로 새롭게 조명한 전시가 개막했다.

[서울=뉴스핌] 강해성+문소정+한경태 팀의 설치미술 '이동하는 모듈러 만물상'. 디자이너 시각예술가 건축가가 모여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이 도시의 축소 과정에서 이동형 만물상을 통해 주민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 이주하는 이들로부터 수집한 낡은 가구 등으로 이동형 집을 제작했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29 art29@newspim.com

부산현대미술관(관장 강승완)은 지난달 29일부터 전시실 4,5(지상 1,2층)에서 연례전 '2025 부산현대미술관 플랫폼_나의 집이 나'를 개최한다. 오는 2026년 3월 22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에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 건축가 연구자 등 다학제 10팀이 10점의 작품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실험적 공간들이 제안됐다.

이를테면 디자이너, 시각예술가, 건축가인 강해성·문소정·한경태가 모여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은 부산에서 나타난 도시 축소과정으로 인해 이주할 곳이 없어진 이들의 이동하는 트럭주택을 전시장에 구현했다. 낡은 만물상 트럭에 버려진 가재도구 등을 얹고 생활하는 1인 거주자의 삶을 투영하고 있는 이 설치작업은 수집·조합·환류의 순환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세 작가들은 근래들어 가족이 해체되고 축소되지만 '돌봄이 닿아야 할 범위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전재 아래 이동형 트럭을 몰고 부산의 낙후된 지역의 주민들을 찾아갔다. 이들과 대하를 나누고 이주하는 이들로부터 가구를 수집해 조각으로 재구성한 뒤 '이동하는 모듈러 만물상'을 만들었다. 쓸모없어 버려진 자개장이며 설합장을 해체에 수납장을 만들거나 의자를 만들어 트럭에 배치했다.

트럭 위에는 낡은 창문과 스레이트로 가벽과 뚜껑을 얹어 간신히 눈비를 피해 몸을 누일만한 공간을 만들었다. 작가들은 "사방이 모두 닫히고 막힌 '집'의 형태를 띌 경우 주택으로 간주돼 제재를 받기 때문에 트럭 위 공간은 얼기설기 뚫린 공간이 됐다. 실제로 도시빈민 중에는 이같은 공간에서 삶을 영위하는 이들도 있다"며 "가족이 쪼개되면서 오히려 돌봄이 필요로 하는 1인 가구는 더 늘었다"고 밝혔다. 작가들이 재현한 만물상 트럭은 버려진 사물에 담긴 흔적들이 하나둘 모여 새로운 '돌봄의 단서'가 빛을 발하고 있다. 

[서울=뉴스핌]유림도시건축, '인피니트 루프 도시연대기'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29 art29@newspim.com

이번 '부산현대미술관 플랫폼'은 미술관 전시를 다각화하자는 취지에서 공모전으로 시작됐다. 첫해인 2023년 '자연과 인간', 2024년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를 주제로 이어온 연례전으로, 세 번째 회차인 올해 전시는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주거위기, 고령화, 돌봄의 재편 등 도시가 직면한 현실적 과제를 건축·도시적 상상력으로 다시 살핀다.

전시는 인구감소와 도시축소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작아지는 세계, 다시 짓는 삶의 구조'를 테마로 삼아 축소의 현실을 새로운 도시·건축적 전략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21세기 도시는 첨단기술과 공법으로 발전하는 듯 하지만 위기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성장을 전제로 구축된 도시 시스템은 인구의 감소와 사회 구조의 해체 앞에서 거꾸로 균열을 드러낸다. 특히 지방 도시는 소멸로 인해 공동화되고 있다. 이같은 '도시 축소'는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 도시가 직면한 구조적 조건이 됐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부산현대미술관 야외마당에 설치된 주현제바우쿤스트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미지 제공=부산현대미술관] 2025.11.29 art29@newspim.com

부산현대미술관 연례전은 이같은 현실을 바탕으로 '축소지향적 공간'이라는 건축적·도시적 전략을 다각도로 제안한다. 참여작가들은 더 작고, 덜 소비적인 방식으로 도시를 재설계하고자 한다. 새로운 공동체적 삶의 구조를 세우기 위한 사유를 이어가고, 지역소멸·1인 가구·고령화·돌봄의 재편과 같은 현실적 과제들 속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기 위한 실험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올 봄 공모로 선정된 10팀은 ADHD, 리슨투더시티, 강해성·문소정·한경태, 유림도시건축, 포자몽, 서울퀴어콜렉티브, 주현제 바우쿤스트, 랩.WWW, 공감각, 더 파일룸 등이다. 이들 팀은 △독립성과 연대를 동시에 수용하는 '작은 집'의 재편 △'돌봄이 닿는 거리'를 새로운 도시의 측량기준으로 설정 △재순환 가능한 재료와 감당가능한 규모의 건축 실험 △관계·리듬·기억을 삶의 구조로 다시 짓는 공간적 서사를 각각 제안했다.

그 결과 프로젝트는 '축소'를 결핍의 언어가 아닌 전환·회복·재구성의 언어로 해석하며, 작아진 도시 속에서도 새로운 밀도와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술관측은 전시실 안팎에 '10개의 파빌리온(pavilion)'형태로, 축소도시의 삶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서울=뉴스핌] 리슨투더시티의 작가가 '임장크루-갭투-초품아-마피-강남불패: 지역소멸과 욕망의 도시'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29 art29@newspim.com

▲지역간 부동산 가격격차, 출산률까지 저하?

2009년에 결성된 리슨투더시티는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공통재가 사유화되는 문제를 제기하고, 지속불가능한 토목국가시스템을 기록하며 소수자의 시선으로 질문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에서는 지역소멸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격차, 문화적 인프라 부족, 젠더불평등이라는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근본적 문제인 지역간 부동산 불평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인터랙티브 설치, 인포그래픽, 게임, 부동산 신조어 용어집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시했다.
서울 강남3구와 부산 해운대구의 아파트 실거래가가 투채널로 스크린에 투사된다. 관객이 화면에 손을 가까이 하면 해당지역 부동산 가격이 제시되는데 삶의 공간인 집이 '사는 곳'이 아닌 '사는 것'이 된 현실을 살필 수 있다.

LSTM 머신러닝을 기반으로한 '브역대신평초 1,2'는 30년 후 집값 격차와 출산률의 관계를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주택 공급과 실질 주택 소유자의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출산률 저하의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높은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라는 가설을 증명하는 이들은 '부동산 가격차로 인해 도시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들은 전시장에 부동산 과열로 인해 새로 등장한 신조어를 알아보는 게임도 펼쳐놓았다. '임장크루-갭투-초품아-마피-강남불패: 지역소멸과 욕망의 도시 게임'은 관객이 최신 용어를 학습하는 것을 넘어, 이러한 말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을 돌아보게 한다.

[서울=뉴스핌]융합예술팀 포자몽의 '마이코셀 유니버스 균류와 인간의 공존' 작업.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29 art29@newspim.com

▲낡은 주거공간서 채집한 곰팡이, 작품이 되다

포자몽은 건축/공간예술 작가 안지언, 건축/구조 전문가 송형석, 생화학 전문가 성수민, 미디어아트/AI 전문가 티안으로 이루어진 융합예술팀이다. 이들은 공간, 생명, 기술의 경계를 탐구하며, 살아있는 균사체와 첨단기술(AI, 센서)을 결합한 실험적 설치와 데이터 기반 인터랙티브 작업을 선보인다. 부산 전시에는 미생물의 시선으로 집을 재정의한 '마이코셀 유니버스: 균류와 인간의 공존'을 내놓았다.

이 프로젝트는 실제로 서울 반지하 원룸에서 곰팡이와 '강제 공생'했던 사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작업은 인터랙티브 바이오 설치작품이다. 부산 원도심 공실률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된 셀(Cell) 구조물은 영도구 폐가에서 채집한 균사체에 점령됐다. 흥미롭게도 인간이 만든 건축이 비인간 생명체에 의해 흡수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궁극적으로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건축'의 가능성을 사유케 한다.

관람객은 처음 정돈된 인간의 영역에 들어서지만 점차 균류 네트워크가 빛과 소리, 냄새로 공간을 장악하며 전개되는 '생태적 계승의 3막' 서사를 오감으로 체험하게 된다. 설치된 4계층 센서와 첨단 AI시스템은 관람객의 체류 시간, 접촉, CO₂ 농도를 감지하며 발광 균사의 성장패턴과 음향환경을 변화시킨다.

유림도시건축은 원호성 건축가와 윤용훈 건축사가 설립하고, 김동언·오진범이 합류한 그룹이다. 합리주의를 바탕으 기능중심의 작업을 탐구하며, 맥락에 기반한 실험을 추구한다. 이들이 선보인 '인피니트 루프'는 도시의 쇠퇴와 재생,  '집'의 확장된 의미를 미니멀한 투명 터널을 통해 탐구한다. 관람개은 유기적으로 흐르는 곡선형 통로를 거닐며 도시라는 거대한 집의 비움이 만들어내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서울퀴어콜렉티브,'우리는 모두 팔십에 서로의 요양보호사가 되어 있지 않을까?'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30 art29@newspim.com

▲소수집단, 밀려난 이들의 노후 돌봄의 문제, 작품으로

서울퀴어콜렉티브의 '우리는 모두 팔십에 서로의 요양보호사가 되어 있지 않을까?'는 흥미롭지만 섬뜩한 작업이다.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 타자화되어 밀려나는 소수집단의 문제에 주목하고자 모인 이 그룹은 미술과 학술, 실천을 오가며 도시 공간의 정치·경제적 자본 구조와 소수자로 호명되는 도시인들의 상호작용과 도시권의 문제를 해부한다. 

이번에는 요양보호사와 돌봄의 정치성과 관계의 구조를 탐색했다. 퀴어를 포함해 비혼, 졸혼, 고령자 등 제도 밖 관계
들은 도시구조 속에서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관계가 건축에 앞선 풍경으로 축소도시를 상상한 이 작품은 각자의 의자가 서로 등지고 교차하며 그 자체로 축소된 하나의 도시구조가 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서울=뉴스핌] 랩WWW의 '함께 짓는 도시'.[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29 art29@newspim.com

랩WWW은 '공생균근 테트워크'에서 출범한 협업그룹으로 개별존재들이 어떻게 연결돼 하나의 생태적 공동체를 형성하는지 탐구한다. 이들이 선보인 '함께 짓는 도시'는 종이접기와 팝업북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참여형 설치작업이다.

이들은 도시를 구성하는 기본단위인 '벽'을 해체해 집과 도시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관람객은 접고 펼치는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또다른 집을 만들 수 있고, 이같은 공간의 연결과 변형을 통해 도시공동체의 형성과정을 체험하게 된다. 

주현제바우쿤스트는 독일에서 시작해 건축을 기반으로 다양한 스케일의 영역을 연구한다. 독일 메르세데스에서 후원하는 '독일 젊은 예술가상'에 선정(2015)되어 주목을 받았았고, 구축과 설치 사이에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폐흄관 등 도시의 건설잔재를 구조물로 재활용해 콘크리트 도시와 그 속에 정주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표현한 작업이다. 기존 도시 시스템의 순환불가능성을 전환의 계기로 삼아, 도시 속에서 잊혀진 관계를 다시 묻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사고의 틀을 재사유하게 만드는 일종의 도시 실험이다.

이밖에 공감각은 '변화하는 도시, 다시 쓰이는 삶'을, 더 파일룸은 '댓츠마이 네이버'라는 작품을 각각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10개 팀이 제안한 파빌리온은 관람객이 직접 걷고, 통과하고, 확장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인 것이 공통점이다. 각 구조물은 주거 불안, 돌봄의 거리, 관계의 재배열, 비인간 생명과의 공존, 도시 비움의 감각 등 축소도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건축적으로 제시하며 오늘의 '집'을 돌아보게 만든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부산광역시건축사회와 협력해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한 특별 영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그린 오버 그레이: 에밀리오 암바스 △도시, 인도를 짓다 △코펜힐 건축 교향곡 △파워 오브 유토피아 등 네 편의 영화를 전시실 5(2층)에서 전시기간 중 상시 상영한다. 모든 상영은 무료. 이밖에 특별 강연, 워크숍, 퍼포먼스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이번 플랫폼 전시는 인구 감소 시대라는 현실의 조건을 직시하며, 도시·인간·건축의 관계를 탐구, 재설정하기 위한 사유의 장이 될 것"이라며, "축소의 시대를 전환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시적 상상력이 열리고 활발한 대안적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문소현 '공원생활' 2016. 12채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컬러, 사운드. 부산현대미술관 컬렉션을 보여주는 '소장품 섬' 섹터에 설치된 작품이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29 art29@newspim.com

한편 부산현대미술관의 컬렉션 중 한 점을 깊이있게 소개하는 '소장품 섬' 섹터(미술관 전시실1·B1)에는 문소현 작가의 영상작업 '공원생활'(2016)이 상영되고 있다. 12채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은 사방탁자를 연상케 하는 구조물 사이 사이에서 저마다 입체적으로 빛을 뿜어낸다.

문소현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휴식을 상징하는 싱그러운 장소인 '공원'의 이면을 새롭게 해부하고 있다. 작가는 인형극 형식을 빌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통해 특유의 그로테스크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대인의 삶 저 너머를 통찰한다. 작가는 직접 만든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 촬영한 정지 이미지들을 연속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움직임을 구현한 스톱 모션 촬영기법은 인형의 수공예적 질감과 함께 조작된 세계의 인공성을 차분히 드러낸다. 

문소현은 이들 영상을 12개의 독립적인 장면으로 분절하고, 각 장면간 연결을 일부러 차단함으로써 관람객이 익숙하게 인식해온 서사의 흐름을 해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표면 아래를 예리하게 비추며 우리가 당연시해온 일상과 현실의 기반이 때론 대단히 허구적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문소현의 '공원생활' 작품은 2026년 2월 18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및 1월1일 휴관.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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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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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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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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