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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부동산' 아닌 '예술'로 풀어보니…부산현대미술관 '나의 집이 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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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구조 변화로 축소되고 급변한 '집' 예술로 풀다
공모로 선정된 작가건축가·연구자 10팀 참여해
오늘의 도시현실 다양하게 해석한 10점 선보여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급격한 산업화와 고도화된 라이프스타일로 오늘날 우리의 집들은 크게 달라졌다. 인구감소와 도시축소, 지역소멸과 주거위기로 우리 주변의 집들은 날로 작아지고, 쪼개지며 변화를 거듭 중이다. 지금까지 집은 대부분 부동산의 개념으로, 주거의 개념으로 봐왔으나 이제는 예전 잣대로 집을 인식하는 것은 무리다.

축소되고 분화되다 못해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이고 있는 요즘 집둘은 '도시와 집'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외친다. 이런 시점에서 인간 삶의 중요한 한 축인 '집'을 예술로 새롭게 조명한 전시가 개막했다.

[서울=뉴스핌] 강해성+문소정+한경태 팀의 설치미술 '이동하는 모듈러 만물상'. 디자이너 시각예술가 건축가가 모여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이 도시의 축소 과정에서 이동형 만물상을 통해 주민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 이주하는 이들로부터 수집한 낡은 가구 등으로 이동형 집을 제작했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29 art29@newspim.com

부산현대미술관(관장 강승완)은 지난달 29일부터 전시실 4,5(지상 1,2층)에서 연례전 '2025 부산현대미술관 플랫폼_나의 집이 나'를 개최한다. 오는 2026년 3월 22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에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 건축가 연구자 등 다학제 10팀이 10점의 작품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실험적 공간들이 제안됐다.

이를테면 디자이너, 시각예술가, 건축가인 강해성·문소정·한경태가 모여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은 부산에서 나타난 도시 축소과정으로 인해 이주할 곳이 없어진 이들의 이동하는 트럭주택을 전시장에 구현했다. 낡은 만물상 트럭에 버려진 가재도구 등을 얹고 생활하는 1인 거주자의 삶을 투영하고 있는 이 설치작업은 수집·조합·환류의 순환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세 작가들은 근래들어 가족이 해체되고 축소되지만 '돌봄이 닿아야 할 범위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전재 아래 이동형 트럭을 몰고 부산의 낙후된 지역의 주민들을 찾아갔다. 이들과 대하를 나누고 이주하는 이들로부터 가구를 수집해 조각으로 재구성한 뒤 '이동하는 모듈러 만물상'을 만들었다. 쓸모없어 버려진 자개장이며 설합장을 해체에 수납장을 만들거나 의자를 만들어 트럭에 배치했다.

트럭 위에는 낡은 창문과 스레이트로 가벽과 뚜껑을 얹어 간신히 눈비를 피해 몸을 누일만한 공간을 만들었다. 작가들은 "사방이 모두 닫히고 막힌 '집'의 형태를 띌 경우 주택으로 간주돼 제재를 받기 때문에 트럭 위 공간은 얼기설기 뚫린 공간이 됐다. 실제로 도시빈민 중에는 이같은 공간에서 삶을 영위하는 이들도 있다"며 "가족이 쪼개되면서 오히려 돌봄이 필요로 하는 1인 가구는 더 늘었다"고 밝혔다. 작가들이 재현한 만물상 트럭은 버려진 사물에 담긴 흔적들이 하나둘 모여 새로운 '돌봄의 단서'가 빛을 발하고 있다. 

[서울=뉴스핌]유림도시건축, '인피니트 루프 도시연대기'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29 art29@newspim.com

이번 '부산현대미술관 플랫폼'은 미술관 전시를 다각화하자는 취지에서 공모전으로 시작됐다. 첫해인 2023년 '자연과 인간', 2024년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를 주제로 이어온 연례전으로, 세 번째 회차인 올해 전시는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주거위기, 고령화, 돌봄의 재편 등 도시가 직면한 현실적 과제를 건축·도시적 상상력으로 다시 살핀다.

전시는 인구감소와 도시축소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작아지는 세계, 다시 짓는 삶의 구조'를 테마로 삼아 축소의 현실을 새로운 도시·건축적 전략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21세기 도시는 첨단기술과 공법으로 발전하는 듯 하지만 위기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성장을 전제로 구축된 도시 시스템은 인구의 감소와 사회 구조의 해체 앞에서 거꾸로 균열을 드러낸다. 특히 지방 도시는 소멸로 인해 공동화되고 있다. 이같은 '도시 축소'는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 도시가 직면한 구조적 조건이 됐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부산현대미술관 야외마당에 설치된 주현제바우쿤스트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미지 제공=부산현대미술관] 2025.11.29 art29@newspim.com

부산현대미술관 연례전은 이같은 현실을 바탕으로 '축소지향적 공간'이라는 건축적·도시적 전략을 다각도로 제안한다. 참여작가들은 더 작고, 덜 소비적인 방식으로 도시를 재설계하고자 한다. 새로운 공동체적 삶의 구조를 세우기 위한 사유를 이어가고, 지역소멸·1인 가구·고령화·돌봄의 재편과 같은 현실적 과제들 속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기 위한 실험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올 봄 공모로 선정된 10팀은 ADHD, 리슨투더시티, 강해성·문소정·한경태, 유림도시건축, 포자몽, 서울퀴어콜렉티브, 주현제 바우쿤스트, 랩.WWW, 공감각, 더 파일룸 등이다. 이들 팀은 △독립성과 연대를 동시에 수용하는 '작은 집'의 재편 △'돌봄이 닿는 거리'를 새로운 도시의 측량기준으로 설정 △재순환 가능한 재료와 감당가능한 규모의 건축 실험 △관계·리듬·기억을 삶의 구조로 다시 짓는 공간적 서사를 각각 제안했다.

그 결과 프로젝트는 '축소'를 결핍의 언어가 아닌 전환·회복·재구성의 언어로 해석하며, 작아진 도시 속에서도 새로운 밀도와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술관측은 전시실 안팎에 '10개의 파빌리온(pavilion)'형태로, 축소도시의 삶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서울=뉴스핌] 리슨투더시티의 작가가 '임장크루-갭투-초품아-마피-강남불패: 지역소멸과 욕망의 도시'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29 art29@newspim.com

▲지역간 부동산 가격격차, 출산률까지 저하?

2009년에 결성된 리슨투더시티는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공통재가 사유화되는 문제를 제기하고, 지속불가능한 토목국가시스템을 기록하며 소수자의 시선으로 질문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에서는 지역소멸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격차, 문화적 인프라 부족, 젠더불평등이라는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근본적 문제인 지역간 부동산 불평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인터랙티브 설치, 인포그래픽, 게임, 부동산 신조어 용어집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시했다.
서울 강남3구와 부산 해운대구의 아파트 실거래가가 투채널로 스크린에 투사된다. 관객이 화면에 손을 가까이 하면 해당지역 부동산 가격이 제시되는데 삶의 공간인 집이 '사는 곳'이 아닌 '사는 것'이 된 현실을 살필 수 있다.

LSTM 머신러닝을 기반으로한 '브역대신평초 1,2'는 30년 후 집값 격차와 출산률의 관계를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주택 공급과 실질 주택 소유자의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출산률 저하의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높은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라는 가설을 증명하는 이들은 '부동산 가격차로 인해 도시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들은 전시장에 부동산 과열로 인해 새로 등장한 신조어를 알아보는 게임도 펼쳐놓았다. '임장크루-갭투-초품아-마피-강남불패: 지역소멸과 욕망의 도시 게임'은 관객이 최신 용어를 학습하는 것을 넘어, 이러한 말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을 돌아보게 한다.

[서울=뉴스핌]융합예술팀 포자몽의 '마이코셀 유니버스 균류와 인간의 공존' 작업.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29 art29@newspim.com

▲낡은 주거공간서 채집한 곰팡이, 작품이 되다

포자몽은 건축/공간예술 작가 안지언, 건축/구조 전문가 송형석, 생화학 전문가 성수민, 미디어아트/AI 전문가 티안으로 이루어진 융합예술팀이다. 이들은 공간, 생명, 기술의 경계를 탐구하며, 살아있는 균사체와 첨단기술(AI, 센서)을 결합한 실험적 설치와 데이터 기반 인터랙티브 작업을 선보인다. 부산 전시에는 미생물의 시선으로 집을 재정의한 '마이코셀 유니버스: 균류와 인간의 공존'을 내놓았다.

이 프로젝트는 실제로 서울 반지하 원룸에서 곰팡이와 '강제 공생'했던 사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작업은 인터랙티브 바이오 설치작품이다. 부산 원도심 공실률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된 셀(Cell) 구조물은 영도구 폐가에서 채집한 균사체에 점령됐다. 흥미롭게도 인간이 만든 건축이 비인간 생명체에 의해 흡수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궁극적으로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건축'의 가능성을 사유케 한다.

관람객은 처음 정돈된 인간의 영역에 들어서지만 점차 균류 네트워크가 빛과 소리, 냄새로 공간을 장악하며 전개되는 '생태적 계승의 3막' 서사를 오감으로 체험하게 된다. 설치된 4계층 센서와 첨단 AI시스템은 관람객의 체류 시간, 접촉, CO₂ 농도를 감지하며 발광 균사의 성장패턴과 음향환경을 변화시킨다.

유림도시건축은 원호성 건축가와 윤용훈 건축사가 설립하고, 김동언·오진범이 합류한 그룹이다. 합리주의를 바탕으 기능중심의 작업을 탐구하며, 맥락에 기반한 실험을 추구한다. 이들이 선보인 '인피니트 루프'는 도시의 쇠퇴와 재생,  '집'의 확장된 의미를 미니멀한 투명 터널을 통해 탐구한다. 관람개은 유기적으로 흐르는 곡선형 통로를 거닐며 도시라는 거대한 집의 비움이 만들어내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서울퀴어콜렉티브,'우리는 모두 팔십에 서로의 요양보호사가 되어 있지 않을까?'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30 art29@newspim.com

▲소수집단, 밀려난 이들의 노후 돌봄의 문제, 작품으로

서울퀴어콜렉티브의 '우리는 모두 팔십에 서로의 요양보호사가 되어 있지 않을까?'는 흥미롭지만 섬뜩한 작업이다.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 타자화되어 밀려나는 소수집단의 문제에 주목하고자 모인 이 그룹은 미술과 학술, 실천을 오가며 도시 공간의 정치·경제적 자본 구조와 소수자로 호명되는 도시인들의 상호작용과 도시권의 문제를 해부한다. 

이번에는 요양보호사와 돌봄의 정치성과 관계의 구조를 탐색했다. 퀴어를 포함해 비혼, 졸혼, 고령자 등 제도 밖 관계
들은 도시구조 속에서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관계가 건축에 앞선 풍경으로 축소도시를 상상한 이 작품은 각자의 의자가 서로 등지고 교차하며 그 자체로 축소된 하나의 도시구조가 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서울=뉴스핌] 랩WWW의 '함께 짓는 도시'.[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29 art29@newspim.com

랩WWW은 '공생균근 테트워크'에서 출범한 협업그룹으로 개별존재들이 어떻게 연결돼 하나의 생태적 공동체를 형성하는지 탐구한다. 이들이 선보인 '함께 짓는 도시'는 종이접기와 팝업북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참여형 설치작업이다.

이들은 도시를 구성하는 기본단위인 '벽'을 해체해 집과 도시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관람객은 접고 펼치는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또다른 집을 만들 수 있고, 이같은 공간의 연결과 변형을 통해 도시공동체의 형성과정을 체험하게 된다. 

주현제바우쿤스트는 독일에서 시작해 건축을 기반으로 다양한 스케일의 영역을 연구한다. 독일 메르세데스에서 후원하는 '독일 젊은 예술가상'에 선정(2015)되어 주목을 받았았고, 구축과 설치 사이에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폐흄관 등 도시의 건설잔재를 구조물로 재활용해 콘크리트 도시와 그 속에 정주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표현한 작업이다. 기존 도시 시스템의 순환불가능성을 전환의 계기로 삼아, 도시 속에서 잊혀진 관계를 다시 묻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사고의 틀을 재사유하게 만드는 일종의 도시 실험이다.

이밖에 공감각은 '변화하는 도시, 다시 쓰이는 삶'을, 더 파일룸은 '댓츠마이 네이버'라는 작품을 각각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10개 팀이 제안한 파빌리온은 관람객이 직접 걷고, 통과하고, 확장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인 것이 공통점이다. 각 구조물은 주거 불안, 돌봄의 거리, 관계의 재배열, 비인간 생명과의 공존, 도시 비움의 감각 등 축소도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건축적으로 제시하며 오늘의 '집'을 돌아보게 만든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부산광역시건축사회와 협력해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한 특별 영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그린 오버 그레이: 에밀리오 암바스 △도시, 인도를 짓다 △코펜힐 건축 교향곡 △파워 오브 유토피아 등 네 편의 영화를 전시실 5(2층)에서 전시기간 중 상시 상영한다. 모든 상영은 무료. 이밖에 특별 강연, 워크숍, 퍼포먼스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이번 플랫폼 전시는 인구 감소 시대라는 현실의 조건을 직시하며, 도시·인간·건축의 관계를 탐구, 재설정하기 위한 사유의 장이 될 것"이라며, "축소의 시대를 전환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시적 상상력이 열리고 활발한 대안적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문소현 '공원생활' 2016. 12채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컬러, 사운드. 부산현대미술관 컬렉션을 보여주는 '소장품 섬' 섹터에 설치된 작품이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11.29 art29@newspim.com

한편 부산현대미술관의 컬렉션 중 한 점을 깊이있게 소개하는 '소장품 섬' 섹터(미술관 전시실1·B1)에는 문소현 작가의 영상작업 '공원생활'(2016)이 상영되고 있다. 12채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은 사방탁자를 연상케 하는 구조물 사이 사이에서 저마다 입체적으로 빛을 뿜어낸다.

문소현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휴식을 상징하는 싱그러운 장소인 '공원'의 이면을 새롭게 해부하고 있다. 작가는 인형극 형식을 빌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통해 특유의 그로테스크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대인의 삶 저 너머를 통찰한다. 작가는 직접 만든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 촬영한 정지 이미지들을 연속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움직임을 구현한 스톱 모션 촬영기법은 인형의 수공예적 질감과 함께 조작된 세계의 인공성을 차분히 드러낸다. 

문소현은 이들 영상을 12개의 독립적인 장면으로 분절하고, 각 장면간 연결을 일부러 차단함으로써 관람객이 익숙하게 인식해온 서사의 흐름을 해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표면 아래를 예리하게 비추며 우리가 당연시해온 일상과 현실의 기반이 때론 대단히 허구적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문소현의 '공원생활' 작품은 2026년 2월 18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및 1월1일 휴관.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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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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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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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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