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KIA 타이거즈가 2026시즌을 앞두고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 아시아쿼터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타자를, 그것도 수비의 핵인 유격수를 스카우트했다.
호주 대표팀 출신 재리드 데일의 영입은 KBO리그 외국인 활용 공식을 비켜난 결정이다. 장타력을 앞세운 코너 야수 대신, 수비가 우선인 중앙 내야수 카드를 뽑았다. 박찬호(두산)의 이탈로 생긴 공백을 내부 승격이 아닌 '외부 실험'으로 메우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KBO리그는 그동안 외국인 타자 슬롯을 공격 강화에 집중해왔다. 데일은 이와는 정반대 유형이다. 메이저리그 출신도 아니고, 홈런을 약속하는 타자도 아니다. KIA가 주목한 것은 수비다. 데일은 빠른 반사 신경과 안정적인 송구 능력을 갖췄고, 풋워크도 매끄럽다는 평가다. 호주 대표팀 주전 유격수로 국제대회를 치렀고, 일본 오릭스 2군과 KBO 가을리그 경험을 갖췄다. 아시아 야구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가산점을 받았다.
KIA가 그리는 그림은 명확하다. '박찬호급 수비 안정감'에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을 기대한다. 박찬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비형 유격수다. 그러나 공격에서는 약점이 뚜렷했다. 풀타임 주전으로 꾸준히 출전했지만 타격 기복은 컸고, 무엇보다 출루율이 낮았다.

데일에게도 현실적인 장벽은 분명히 있다. KBO에서 외국인 유격수가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비중이 높은 투구 패턴, 빠른 템포의 수비 전환, 시프트 대응 등은 개인 기량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유격수는 내야 수비의 중심이자 지휘자다. 언어와 문화 적응 실패는 곧 실책과 판단 지연으로 이어진다.
KIA가 데일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는 '완성형'이 아니라 '적응 가능한 유형'이라는 점이다. 아시아 무대 경험, 호주 출신 아시아쿼터 활용, 비교적 부담 없는 계약 구조까지 감안하면 무모한 도박은 아닐 수 있다. 외국인 타자 슬롯을 유지한 채 내야 수비를 보강할 수 있다는 점에선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하지만 역대 사례는 냉정하다. 성공한 외국인 내야수는 대부분 코너 포지션의 강타자였다. 유격수로는 한화에서 2002년 골든글러브를 받은 틸슨 브리토가 유일한 성공 사례로 보면 맞다. 2016년 SK에서 21홈런을 친 헥터 고메즈는 실책 25개로 수비에서 빛을 잃었다. 2020년 키움 애디슨 러셀은 메이저리그에서 명성에도 공수 양면에서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2020~2021년 롯데 딕슨 마차도는 수비에선 호평을 받았지만 공격력 한계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들이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외국인 유격수는 공수 어느 한쪽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KIA가 데일에게 요구하는 것도 극단적인 성과는 아니다. 실책을 줄이고, 내야를 안정시키며, 타율 0.270 안팎의 공격 생산력을 유지하면 된다. 그러나 쉽지 않은 목표다.
이번 영입은 도박이라기보다는 계산된 모험에 가깝다. 박찬호의 전성기 수비를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발상은 아니다. 수비 안정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공격에선 한 발 더 나아가겠다는 시도로 보면 된다. 그런 점에서 데일은 내년 KBO리그의 가장 흥미로운 실험이자 논쟁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zangpab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