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한때 1450원대까지 급락…'서학개미' 복귀 유도
정부 "서학개미 10% 복귀하면 180억~200억달러 효과"
비과세 한도·감면 규모 조특법 개정 사항…"국회서 논의"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정부가 해외주식에 쏠린 개인 자금을 국내로 되돌리려는 배경에는 급증한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와 그에 따른 외환시장 부담이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높아졌고, 정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제 혜택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투자로 복귀하거나, 주식을 보유한 채 환율 위험을 줄이는 경우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구상이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이런 내용의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개인 해외투자 증가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차관보는 "개인의 해외 투자가 대부분 환 노출 상태로 이뤄지면서 투자 규모만큼 달러 매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환율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해외 투자 자금의 일부라도 국내로 되돌리는 것이 외환시장 안정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 인식 아래 해외 주식을 매각해 국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일정 기간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20%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개인의 해외 투자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유도해 외환시장 달러 수급을 개선하는 동시에, 국내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늘리겠다는 목적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내시장 복귀계좌(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를 신설한다.
12월 23일 기준으로 보유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해외주식을 매각한 뒤, 해당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RIA 계좌를 통해 국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20%를 한시적으로 부과하지 않는다. 비과세 적용 한도는 개인당 5000만원(매도금액)이다.
구체적인 세제 효과도 제시됐다.
박홍기 기재부 법인소득세국장은 "해외 주식을 1750만원에 매수해 5000만원에 매각했다면 양도차익은 3250만원"이라며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과세표준 3000만원에 세율 20%를 적용하면 원래는 6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RIA를 통해 국내로 복귀할 경우 이 금액 전액을 감면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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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은 복귀 시점이 빠를수록 크다. 2026년 1분기 중 국내로 복귀하면 양도세를 전액 감면하고, 2분기에는 80%, 3분기에는 50%로 감면 폭이 점진적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혜택을 낮추는 구조를 통해 조기 복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RIA 제도는 전산 시스템 구축과 법 개정을 거쳐 내년 2월 초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도 환율 위험을 줄일 방안도 함께 마련됐다. 정부는 주요 증권사를 통해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도입하고, 이를 활용한 환헤지(미래환율고정)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연평균 1억원 한도 내에서 선물환 매입액의 5%를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계산 시 추가 소득공제하며, 공제 한도는 최대 500만원이다.
이와 함께 개인의 환위험 회피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외주식 양도세 기본공제 한도를 기존 250만원에서 최대 750만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박 국장은 "기존에는 환헤지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발생했지만, 이를 세제 측면에서 보전해 주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선물환 매도는 외환시장에 즉각적인 달러 공급 효과를 가져온다. 최 차관보는 "증권사가 개인에게 선물환 매도 상품을 판매하면, 포지션을 맞추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즉각적인 달러 공급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산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만큼 상품 출시는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기업 자금에 대한 세제 지원도 포함됐다.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적용되는 익금불산입률을 기존 95%에서 100%로 상향한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국내로 들여와도 추가적인 법인세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최 차관보는 "기업 재무 담당자들과 소통한 결과 자금 조달 방식을 결정할 때 이 5%p 차이가 충분한 유인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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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개인 해외주식 보유 잔액이 최근 약 1800억(약 263조원) 달러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만 국내 투자로 전환되거나 환헤지가 이뤄져도 180억~200억 달러 규모의 달러 공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차관보는 "하루 외환시장 거래 규모가 약 400억 달러인데, 여기에 개인 투자자들의 복귀 자금이 유입된다면 시장 안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미 투자 자금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한 해에 한꺼번에 집행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차관보는 "대미 투자는 공정 단계에 따라 장기간에 걸쳐 나눠 집행된다"며 "정부는 원화의 무분별한 절하를 경계하고 있으며, 미국 재무부와도 원화 상황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83.6원)보다 33.8원 내린 1449.8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3년 1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으로, 정부의 구두개입이 효과를 봤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왔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