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조사 시사하며 외국 기업에 벌금 부과 등 가능성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연합(EU)과 한국 등 주요 교역국의 '빅테크 규제 강화' 움직임에 반발하며, 무역 조사를 포함한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한 디지털세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불공정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선데 다만 미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역 전쟁의 발발은 피하려 애쓰고 있다는 평가다.
현지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3일(현지시간) 최근 몇 주 사이 미 행정부 관리들이 영국과의 기술 협의를 일시 중단하고, EU·한국 측과 진행하던 후속 논의를 잇달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러한 최근 행보가 이른바 '협상 전술'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상대국들에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부과하는 디지털세와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목적으로 한 규칙들을 철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다만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잠정적인 무역 합의를 뒤엎거나 금융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새로운 관세나 기타 공격적인 조치는 자제해 왔다며 이런 태도가 행동을 촉구하고 있는 일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제시한 가능한 조치 중 하나가 불공정 디지털 무역 관행에 대한 310조 조사에 착수하는 것으로 이는 미국 기업에 디지털 규제를 가하는 국가들에 대해 미 행정부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폴리티코는 그리어 대표가 올 가을 한국 측과의 비공개 대화에서, 한국이 미 테크 기업에 해롭다고 간주되는 입법을 계속 추진할 경우 미국이 조사와 같은 조치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다며 무역 조사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백악관 관계자는 미국이 아직 그러한 '강압적인 접근법(heavy-handed approach)'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USTR 지난 주 목요일로 예정되었던 한국 관리들과의 회의를 취소했는데 이는 한국 국회가 새로운 디지털 법안을 발의하고, 미국에 본사를 둔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의 데이터 유출에 대한 격렬한 청문회를 개최한 시점과 맞물렸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하지만 주미 대사관은 쿠팡 청문회와 회의 취소 사이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 "쿠팡의 데이터 유출이나 한국 정부의 후속 조사, 국회 청문회 모두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공동위원회 일정 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취소된 회의와 중단된 논의는 최근 몇 달간 체결된 기본적인 무역 합의와 투자 약속의 이행을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합의를 파기하거나 지난 여름 위협했던 고율 관세를 다시 적용하는 것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상당한 보복을 촉발할 수 있고, 미국 내에서 저렴한 비용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대신 USTR 차원의 무역 조사를 시작하거나 특정 외국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덜 자극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