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집중' 장재훈에 서강현·하러·정준철 보좌 체제로
후임 AVP본부장은 공석...R&D 조직 전면 개편 가능성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현대차그룹이 내년도를 대비한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지만 힘찬 발걸음으로 새해를 시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테슬라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의 한국 상륙과 그룹 미래차 연구개발(R&D)을 총괄하던 송창현 전 AVP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전격 사의를 표명하며 그룹에 근본적인 화두가 던져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이 그룹 연구개발 체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추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단행된 현대차그룹 정기 인사에서 그룹 R&D본부장에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 R&D본부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이 승진 임명됐다.
업계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송 전 사장의 후임은 임명하지 않고 우선 공석으로 뒀다. 송 전 사장의 전격 사임 이후 일부 임직원의 동요가 있었고, 이를 수습할 최고의 적임자를 단시간에 찾는 것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테슬라와의 격차'를 그룹 총수가 직접 인정한 상황에서 이참에 조직 자체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R&D 조직은 현재 크게 'R&D본부'와 'AVP본부'로 나눌 수 있다. R&D본부는 기존 양산차 중심의 하드웨어 개발에 집중한다. 내연기관 또는 전기차 신차 개발 및 소음, 내구성, 파워트레인, 전기차 배터리, 공기 역학 기술 개발 등이 과업이다.
AVP본부는 'Advanced Vehicle Platform'이라는 이름 그대로 미래 모빌리티 관련 소프트웨어나 플랫폼을 개발하는 조직이다.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나 자율주행 등이 과업이다.
현대차그룹이 양산차와 미래차로 연구개발을 이원화 한 것은 2년여 전인 지난 2024년 1월이다. 기존 SDV 본부, 포티투닷, CTO(최고 기술 책임자) 등 흩어져 있던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결집시켜 AVP본부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였다. 송창현 당시 SDV본부 사장이 AVP본부장을 맡았다.
기존의 나머지 연구개발 과업을 맡을 조직은 R&D본부로 이름을 바꿨고, 양희원 당시 TVD본부장이 R&D본부장에 임명됐다.

AVP본부를 신설하기 이전에도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조직 '자체'의 혁신은 지속돼 왔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003년 R&D의 통합적 역량 향상을 위해 각 지역에 분산돼 있던 연구개발 기능을 모아 통합 조직을 출범시켰다.
이후 2012년, 2019년 등 몇 차례에 걸쳐 조직을 개편했고, 2023년 기존 완성차 개발 중심의 중앙 집중 형태로 각 본부에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 유관 조직들 중 차량개발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을 모아 본부급으로 승격시켰다.
당시 이를 총괄하던 직책은 CTO였고 CTO 산하의 'TVD본부'는 차급 단위의 개발을 통해 전기차 포함 경쟁력 있는 신차 개발을, '차량SW담당'은 SDV 체제 전환을 위한 SW 경쟁력 확보를, 'META담당'은 차세대 플랫폼 및 기술개발을 통한 혁신 제품 개발 주도가 임무였다.
이후 6개월 만에 AVP본부를 출범시키며 지금에 이르렀다. R&D 조직의 변천사를 단순하게 보면 초기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R&D 조직을 중앙으로 모았고, 중앙 조직의 각 본부에 있던 R&D 조직을 별도 조직으로 통합·승격시켰고, 이후 '양산차'와 '미래차' 두 부분으로 나눈 것이 현재 형태다.
현대차그룹의 목표가 '품질 향상'에서 '미래차 선도'로 바뀌는 과정에서 R&D 조직의 개편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고, 미래차 선도라는 목표에 차질이 발생한 상황에서 다시 R&D 조직을 개편할 필요성이 커졌다.

올해 인사를 앞두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던 정의선 회장은 우선 그룹의 안정을 위해 장재훈 부회장에게 과도하게 부여돼 있던 임무를 덜어주며 미래차 선도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책임을 부여했다.
그룹 전체의 재무 구조와 계열사 간 시너지 업무는 그룹 내 최고 '재무통'인 서강현 사장에게 맡겼고, 장 부회장은 모빌리티·수소 에너지·로보틱스 등 그룹 핵심 미래 사업의 전반적인 추진 방향을 조율하고 사업간 유기적인 연계를 목표로 관련 부문을 총괄한다.
이를 뒷받침 할 R&D본부장에는 포르쉐에서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인 타이칸 개발을 주도했던 성과를 보인 하러 부사장을 승진시키며 당분간은 일정 부분 AVP본부의 역할에도 관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이 '급한 불'이 된 조직 안정화를 위해 장 부회장을 중심으로 서 사장과 하러 사장, 제조부문 정준철 사장 등이 재무·조직, 연구개발, 생산 측면에서 장 부회장을 지원하는 체제로 일단 내년을 출발하면서 그룹 R&D 조직을 추가로 다시 전면 개편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kims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