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현대차그룹의 올해 연말 임원 인사는 '젊은 기술 인재 중용'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상무 신규 선임자의 평균 연령이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하면서 세대 교체와 기술 중심 인사 기조가 동시에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중심모빌리티(SDV)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 하기 위해 R&D 및 핵심기술 경쟁력 강화 중심의 인사를 실시했다.

특히 이번 임원인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늘어난 40대 임원 비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상무 신규 선임자 176명 가운데 40대 비중을 절반 가까이까지 끌어올렸다.
2020년 20%대 중반에 머물렀던 40대 상무 비율이 불과 몇 년 만에 두 배 가까이 확대된 것이다. 이에 따라 상무 초임 평균 연령도 사상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연령 하향이 아니다.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자율주행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은 개발 주기 단축과 빠른 의사결정을 전제로 한다.
현장을 잘 알고 기술 변화에 익숙한 40대 인재가 전략 수립과 실행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왜 지금 40대인가'에 대한 답이 인사 구조 자체에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연구개발(R&D)과 소프트웨어, 배터리, 수소연료전지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젊은 인재 발탁이 두드러졌다.
배터리설계실장 서정훈 상무와 수소연료전지설계1실장 김덕환 상무 등은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직결된 영역을 맡고 있으며, 기술 경쟁력이 곧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인사 철학을 상징하는 사례로 꼽힌다.
이번 인사는 '연공서열'보다 '실행력과 전문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체 승진 대상자의 약 30%를 R&D와 주요 기술 분야 인사로 채우며 기술 조직의 존재감을 강화했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빠른 판단과 실행이 가능한 조직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세대 교체는 사장단 인사에서도 확인된다. 핵심 보직에 오른 사장들이 40대는 아니지만, 그룹의 우선순위를 기술 전환과 실행 과제 중심으로 재정렬하고 이에 맞춰 리더십 축을 재편했다는 점에서 세대 교체의 성격이 뚜렷하다.
현대차그룹은 만프레드 하러 R&D본부장과 정준철 제조부문장을 사장으로 승진 배치하며 SDV와 소프트웨어중심공장(SDF) 전환의 핵심 축에 기술·제조 전문가를 전면에 세웠다. 북미 시장 성과를 이끈 윤승규 사장 승진 역시 성과 중심 인사 기조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러한 인사 변화는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와도 맞물린다. 미국 관세 이슈, 전기차 수요 둔화,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인 경영 환경 속에서 조직의 민첩성과 기술 내재화 속도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기술 인재를 전면에 배치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중장기 기술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글로벌 불확실성의 위기를 체질 개선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인적쇄신과 리더십 체질변화를 과감하게 추진했다"며 "SDV 경쟁에서의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인 인사와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