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영화 '어 퓨 굿 맨'에서 "명예는 휘장이 아니라, 옳은 일을 선택하는 용기다"라며 정의와 도덕적 책임을 강조했던 거장의 마지막에 할리우드가 충격과 함께 슬픔을 금치 못하고 있다.
영화 '어 퓨 굿 맨'의 감독이자 할리우드의 거장 롭 라이너(78)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브렌트우드 자택에서 아내 미셸 싱어 라이너(70)와 함께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로스앤젤레스 경찰(LAPD)은 현장에서 아들 닉 라이너(32)를 살인 혐의로 체포, 구속 수감하고 사건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롭 라이너는 먼저 시트콤 '올 인 더 패밀리'의 배우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영화 감독으로 전향하여 '스탠 바이 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미저리', 그리고 특히 도덕적 책임과 정의를 역설한 법정극 '어 퓨 굿 맨' 등 장르를 넘나드는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와함께 각종 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행동하는 진보주의자'였다. 그는 생전에 "옳고 그름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신념을 강조하며 권력에 맞서 약자를 보호하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했다.
아내 미셸 싱어 라이너는 사진가이자 프로듀서다. 롭 라이너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뉴욕 촬영현장에서 그녀를 처음 보고 사랑에 빠졌고, 이 실제 러브스토리가 영화의 결말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둘째 아들 닉 라이너는 10대 시절부터 약물 중독과 재활 과정을 공개적으로 겪었으며, 노숙 생활도 했다. 닉 라이너는 2016년 한 인터뷰에서 "부모가 권한 프로그램을 피하려면 노숙자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며 길거리 생활의 고통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지난한 부자의 갈등과 재활 과정은 2015년 영화 '빙찰리(Being Charlie)'로 제작되었으며, 닉 라이너가 각본에 참여하고 롭 라이너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롭 라이너는 당시 이 영화가 아들이 겪은 고통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 경험"이었다고 밝히면서 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재기를 알리며 가족과 함께 새로운 삶에 적응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닉 라이너는 결국 비극적인 참극의 용의자가 되었다. 12월 14일(현지시간), 롭 라이너의 브렌트우드 자택을 방문한 딸 로미 라이너에 의해 부모의 시신이 발견되었으며, 경찰은 현장에서 닉 라이너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LA 수사 당국은 닉 라이너가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던 정황과 과거 약물 중독 및 정신 건강 문제 이력 등을 토대로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불과 3개월전인 올해 9월, 롭 라이너는 아들과의 영화 재회를 언급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영화 시사회 레드카펫에서 아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며 "언제든 닉과 다시 일할 기회가 온다면 기꺼이 함께할 것"이라며 '아들이 결국 자기 길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을 보였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15일 "비극이 발생하기 전날 열린 파티에서 롭 라이너가 아들 닉 라이너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이들 현지 매체는 아버지의 질책에 이은 닉 라이너의 분노가 파국으로 이어졌음을 암시했다.
finevie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