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강원 화천 발굴유해… 국군 제2사단 이재식 일병으로 확인
29세에 1952년 11월 '저격능선 전투' 전사…75년 만에 딸에게 귀환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6·25전쟁 당시 '저격능선 전투'에서 전사한 국군 제2사단 이재식 일병의 유해가 전사 75년 만에 딸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올해 들어 19번째로 신원을 확인한 호국영웅이라고 9일 밝혔다.
국유단에 따르면, 고 이재식 일병의 유해는 2000년 9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일대에서 주민 제보를 바탕으로 발굴됐다. 당시 육군 제15보병사단 장병들이 9월 4일부터 23일까지 수색작전을 벌여 이 일병을 포함한 30구의 유해를 수습했다. 이 지역은 최근 확인된 고 김동수 이등중사와 고 박판옥 하사의 유해 수습지와 동일 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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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원=뉴스핌] 이형석 기자 = 25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국군 유해발굴단이 국군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수습하고 있다. 자료사진. 2018.10.25 leehs@newspim.com |
이후 유전자 감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해에서 추출된 DNA와 고인의 딸 이춘예씨(79세)의 유전자 사이에서 부녀 관계가 최종 확인됐다. 이씨는 2007년과 2015년에 시료 채취에 참여했으나, 당시에는 기술적 한계로 신원 확인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확인으로 2000년 4월 이후 국유단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전사자는 총 267명으로 늘었다.
이 일병은 1922년 11월 경북 영천 출신으로, 1950년 10월 국군 제2사단에 입대했다. 입대 당시 아내의 뱃속에는 7개월 된 둘째 아들이 있었다. 735고지 전투(1951년 8~9월, 양구)와 금화·금성 진격전(1951년 10월, 철원)을 비롯한 중부전선 주요 전투에 참전했다.
그는 1952년 10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진 '저격능선 전투'에서 중공군과 전투를 벌였다. 철의 삼각지대로 불린 중부전선의 전략 요충지 저격능선을 두고 국군 제2사단은 중공군 제29사단과 고지 쟁탈전을 벌였고, 이 전투에서 이 일병은 29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전투의 승리는 중공군의 공세를 저지하고 휴전회담의 주도권을 우리 측으로 끌어오는 전환점이 됐다.
이재식 일병의 귀환 행사는 12월 9일 강원 동해시보훈복지회관에서 유가족의 요청으로 열렸다. 국유단 조해학 단장 직무대리(육군 중령)는 유가족에게 신원확인 통지서와 귀환패, 유품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했다.
딸 이춘예씨는 "아버지 유해가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며칠 밤을 설쳤다"며 "그동안 현충원 위패봉안관에 참배할 때마다 묘비가 세워진 분들이 부러웠는데, 이제 어머니와 합장해 드릴 수 있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국유단은 "전사자의 신원 확인은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유전자 시료 채취는 전국 보건소·보훈병원에서 가능하며, 전사자 기준으로 친·외가 8촌 이내 유가족이 신청할 수 있다.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6·25전쟁 발발(1950년) 이후 70여 년이 흐르며 참전용사와 직계 유가족이 고령화되면서, 신원 확인의 시간은 갈수록 촉박해지고 있다. 국유단은 "찾아가는 시료 채취 서비스(☎1577-5625)를 지속 운영하며 마지막 한 분까지 가족의 품으로 모시겠다"고 전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