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공공공사 수주액, 전년比 143% 증가...워크아웃 극복 위해 공공공사 집중
신용등급 획득 노력·공공공사 수행 이력, 입찰 시 도움...컨소시엄도 적극 구성
재무지표 개선으로 수주 경쟁력 확대..."환경사업 위주 공공공사 적극 수주"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를 진행 중인 태영건설이 공공공사 수주를 적극 확대하며 재무지표 회복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태영건설은 수처리시설 등 기존에 수행 경험이 풍부한 공공공사 분야를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한편, 실적이 부족한 사업은 타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외형을 확대하고 있다. 워크아웃 이후 신용등급이 안정화되고,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한 점도 공공부문 입찰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향후 환경기초시설 등 기술형 입찰사업을 중심으로 공공공사 분야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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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건설 발주자별 수주실적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 올해 1~3분기 공공공사 수주액, 전년比 143% 증가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태영건설의 공공공사 수주액(별도기준)은 1조744억원으로 나타났다. 워크아웃 이전인 2023년 1~3분기(1조4828억원)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3분기(4428억원)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월 워크아웃 개시 후 생존 전략으로 공공공사 수주를 택하면서 적극적으로 일감 확보에 나선 영향이다.
통상 워크아웃을 겪는 건설사는 공공공사에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있는 민간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유동성이 부족하다. 시장 신뢰도 저하로 해외에 진출하기도 어렵다. 경영 결정 시 채권단의 관여를 받으므로 신사업에 신속히 나서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공사비 회수 위험이 낮은 공공공사에 주력하는 전략을 활용하는 사례가 잦다. 태영건설도 업계에서 예상한 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태영건설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발표한 '2025년 시공능력평가'에서 지난해보다 5계단 오른 19위를 기록했다. 중흥토건, 금호건설, 아이에스동서, 동부건설, 대방건설 등 5개사를 제쳤다. 이들 기업이 민간 시장에서 고전하는 사이 태영건설은 민간공사에 거리를 두고 공공공사를 활발히 진행했다. 지난해 워크아웃 상황이었음에도 공사실적 2조원대를 유지했고 전체 순위가 상향됐다.
◆ 양호한 신용등급 획득...공공공사 입찰 기준 충족
이는 현재 태영건설이 보유한 기업신용평가등급 BBB+(신용능력이 양호하지만 경제 여건에 따라 변동성이 있는 수준)의 영향이 존재한다. 워크아웃 이후 대형 신용평가사가 태영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CCC(신용상태가 분량한 수준) 이하로 하향하거나 등급 발급을 거절했다. 이에 태영건설은 중소 신용평가사의 문을 두드렸고 지난해 한 곳으로부터 BBB+ 등급을 받았다.
공공공사 입찰 참여 시 재무건전성 증명을 위해 신용등급을 제출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입찰에 참여한 기업의 자격을 평가하는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에는 경영 상태를 평가하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조달청 기준에 따르면 추정가격이 1500억원이상인 공사는 회사채에 대한 신용평가등급 BBB-에 준하는 등급 이상, 추정가격이 1500억원 미만 500억원 이상인 공사 기업신용평가등급의 경우 회사채에 대한 신용평가등급 BB+에 준하는 등급 이상을 적격 요건으로 한다.
태영건설의 BBB+ 등급은 2023년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으로부터 회사채 신용등급 A(신용능력이 우수한 수준)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한 수치다. 그러나 PQ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태영건설은 이를 바탕으로 입찰에서 배제되지 않고 공공공사 수주 경쟁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 환경·토목 등 공공공사 수행 이력 많아...컨소시엄도 활용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이전에도 공공공사를 다수 진행했다는 점도 우호적 요인이다. 본래 태영건설은 하수·폐수 처리시설, 정수 처리시설, 상하수도 공사 등에 강점을 지닌 기업이다. '고양 삼송 수질복원센터', '의정부 하수고도 처리시설', '난지물 재생센터' 등 실적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베트남 덕호아 관개수로 공사', '오만 알 아메랏 윌라얏 송수관로 공사', '방글라데시 모두나갓 정수장 공사' 등 경험이 있다.
동일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성과를 낸 이력은 심사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태영건설이 자신을 보이는 환경기초시설 기술형 입찰사업의 경우 방류수 수질, 소화조 가스발생량, 탈수케이크 함수율 등 정량조건 미달 시 하자보수·재시공이 요구돼 기존 실적이 없는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구조 속에서 태영건설은 올해에도 한국환경공단 '수원 자원회수시설 공사'를 수주했다. 인천시 '승기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에는 컨소시엄 주관사로 입찰에 참여했다. 의정부시 '민락2 공공하수처리시설 증설사업'에는 단독으로 응찰하는 등 수처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험이 적은 사업에 대해서는 타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식으로 공공공사 수주에 도전하고 있다. 통상 워크아웃 기업은 입찰 후 공사 진행 중 파산하거나 하도급업체에 대한 급여를 지불하지 못하는 등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평가된다. 태영건설은 소규모 공사 단독 수주보다 중대형 사업 컨소시엄 합류에 나서고 있다. 재무건전성이 높은 건설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하거나 다른 건설사와 지분을 나누는 형태로 발주처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실제 태영건설이 지난달 수주한 공공공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 B1-3BL 및 S1-10BL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사업'는 DL이앤씨가 주관사다. 지난 8월 수주한 해양수산부 '진해신항 남측 방파호안(1공구) 축조공사'는 대우건설이 주관사를 맡았다. 비교적 공사 규모가 작은 경기도교육청 '동탄11고 외 3교 신축공사'에서는 태영건설이 주관사를 맡았지만 플러스종합건설, 국제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 재무지표 빠르게 개선 중..."환경사업 위주 적극 수주"
향후에는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지표 개선이 공공공사 물량 확보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 개시 후 태영건설은 보유 부동산 중 문경부지, 여의도사옥, 루나엑스CC, 오산부지 등을 매각했다. 태영그룹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등 방식으로 총 33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도 했다.
태영건설은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부채비율(별도기준)을 2023년 말 완전잠식→지난해 말 521.2%→올해 9월 390.2%로 개선했다. 재무지표 개선은 공공 발주처가 우려하는 공사 중단 리스크를 낮춰 입찰 문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태영건설이 현재 추진 중인 추가 자산 매각이 이뤄진다면 입찰에 더욱 유리해질 수 있다.
태영건설은 환경 사업에서의 강점을 기반으로 공공공사 수주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1973년 창사 이래 수처리 사업, 매립 및 폐기물처리 사업 등 환경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역량을 축적해 왔다"며 "토목환경기술연구팀이라는 명칭의 기술개발조직을 두고 있으며 환경신기술인증을 13건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발주된 폐기물 자원회수시설에서 연달아 수주에 성공함으로써 폐기물처리시설(소각시설) 사업의 강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며 "자사의 근간을 이룬 사업분야인 환경사업을 지속적으로 적극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blue9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