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차관회담 결과 자료에 우선순위 차이 드러나
韓 자료엔 '농축·재처리, 핵잠 실무협의체 가동'
美측은 대미투자·조선 협력·한미동맹 현대화 강조
트럼프 임기 내 원자력협력·핵잠 논의 매듭지어야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한·미는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외교차관회담을 갖고 양국 정상이 채택한 공동 팩트시트의 이행을 위해 원자력, 조선, 핵추진 잠수함 등의 문제를 논의할 실무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각 분야에서 미국과 본격적인 협상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날 회담 결과에 대한 양측의 설명 자료에서는 서로의 관심사가 약간 다르다는 것이 드러난다. 외교부가 공개한 보도자료에는 한국의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온다. 외교부는 박윤주 1차관이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에게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한미 간 협의 절차의 조속한 개시를 요청했으며, 이에 랜도 부장관은 양측이 긴밀히 소통해 나가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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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과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과 1일(현지 시간) 미 국무부에서 열린 한미 외교차관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외교부] 2025.12.02 |
반면 미 국무부가 공개한 자료에는 실무 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기로 했다는 내용과 원자력 협력·핵추진 잠수함 문제 등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미측은 대신 조선업 협력과, 한국 측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한·미 동맹 현대화'를 비중 있게 언급했다.
회담에 대한 설명자료는 문안을 조율해서 발표하는 공동성명과 달리 각자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내용이나 국내에 집중적으로 홍보하려는 부분을 부각시키는 것이 상례다. 따라서 양측 자료의 차이는 정상 간 합의 내용 이행에 있어서 양국의 우선 순위와 관심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한·미가 각각 다른 내용의 설명자료를 낸 것과 관련해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미 국무부의 보도자료에는 한·미가 경주 정상회담의 성공을 평가하면서 그 맥락에서 팩트시트 이행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부분이 분명히 나와 있고, 정상 간에 승인된 그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한 논의를 첫 번째로 언급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와 핵잠수함 건조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겠다는 의도가 강하고 미국은 한국의 대미투자 확대를 통한 제조업 재건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을 포함한 한·미 동맹 현대화 작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려는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같은 양측의 시각 차이로 각 분야별로 합의의 이행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은 국내적으로 논란이 될 수도 있는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와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의 문제에서 소극적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농축·재처리와 핵잠수함 문제는 미국 내 반대도 만만치 않은데다 새로운 규정을 만들고 법적 승인 절차까지 거쳐야 하는 사안이어서 미 행정부의 강한 의지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만약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채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종료되거나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집권 공화당이 다수당 위치를 잃게 되면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내 정치 상황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원자력 협력과 핵잠수함 건조 문제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으려면 '속도'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이번 차관회담에서 논의된 실무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고 속도감 있게 협의를 진행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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