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가자 동시 전쟁에 100대 방산 매출 6790억달러 '역대 최고'
한화·LIG넥스원·KAI·현대로템 합산 141억달러…'세계 톱10' 방산국
미·중·영·러·프 5강 체제… 일본 40%·독일 36%·한국 31% '3파전'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가자 전쟁이 겹친 2024년, 전 세계에서 무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세계 100대 방산업체의 무기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상위권에 오른 한국 방산업체 4곳의 매출도 1년 새 31% 급증하며 존재감을 크게 키웠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1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년 100대 무기 생산 및 군사 서비스 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00대 방산기업의 총 무기 매출은 6790억달러(약 999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5.9% 늘어난 수치로, SIPRI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에서 벌어지는 전쟁, 각 지역에서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 계속 치솟는 군사비 지출이 맞물리며 방산 매출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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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한미 공군은 2022년 8월 1일부터 5일까지 연합작전 능력 향상을 위한 '쌍매훈련'을 실시했다. 공군 FA-50 1대(가장 오른쪽)와 미 공군 A-10 2대가 연합 편대비행을 실시하고 있다.[사진=공군] 2022.08.05 photo@newspim.com |
국가별로는 미국이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1위를 지키며 압도적인 '방산 황제국' 자리를 유지했다. 이어 중국이 2위, 영국이 3위를 기록했고, 러시아와 프랑스가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독일은 6위권에서 전차·장갑차·탄약 수요 증가에 힘입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고, 일본은 방위력 강화 정책을 바탕으로 9위에서 8위로 올라서며 40%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스라엘과 이탈리아 등은 미사일·드론·전자전 체계 강점을 앞세워 10위권 안팎에 포진했고, 한국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국가별 방산 매출액 순위 10위 자리를 지키며 독일과 9·10위권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방산기업의 성장 속도는 특히 가팔랐다. 세계 100대 방산기업 명단에 2년 연속 포함된 한국 'K방산 빅4' 한화그룹(2024년 21위), LIG넥스원(60위), 한국항공우주산업(KAI·70위), 현대로템(80위)의 2024년 무기 매출 합계는 141억달러로, 2023년보다 약 31% 늘었다. 100대 기업 전체 매출에서 이들 4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1.7%에서 2.1%로 0.4%포인트 뛰었다. 글로벌 100대 기업 평균 증가율(5.9%)의 다섯 배를 넘는 성장세로, 한국 방산산업이 단기간에 '중견 강국' 반열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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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0월 19일 현대로템 경남 창원공장에서 열린 'K2 전차 폴란드 갭필러 출고식'에 도열한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제공] 2025.12.02 gomsi@newspim.com |
개별 기업으로 보면 한화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화는 K9 자주포, 다연장로켓, 120㎜ 자주박격포 등 포병 체계의 수출 증가와 국내 납품 확대에 힘입어 2024년 무기 매출이 42% 급등, 약 80억달러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세계 100대 방산기업 순위에서 2023년 24위였던 한화는 2024년 21위까지 올라서며, 세계 20대 방산기업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LIG넥스원은 미사일·레이더·지휘통제 체계 수요 증가로 매출이 늘면서 73위에서 60위로 순위가 뛰었고, 현대로템도 K2전차와 장갑차 수출이 본격화되며 84위에서 80위로 올라섰다. 반면 KAI는 군용 항공기 인도 일정이 일시적으로 줄어들면서 매출이 소폭 감소해 54위에서 70위로 내려앉는 등 희비가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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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무' 다연장로켓(K239)이 차량형 이동식 발사대에서 화염을 뿜으며 솟구쳐 오르고 있다. 천무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에 수출됐다. 특히 폴란드는 '호마르-K(Homar-K)' 사업을 통해 290문 규모 도입 및 현지 생산까지 추진 중이다. [사진=육군 제공] 2025.12.02 gomsi@newspim.com |
일본 역시 미쓰비시중공업(32위), 가와사키중공업(55위), 후지쓰(64위), 미쓰비시전기(76위), 일본전기(NEC·83위) 등 5개사가 100대 방산기업 명단에 들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들 5개사의 2024년 무기 매출 합계는 133억달러로, 1년 새 40% 늘었다. 보고서에 언급된 20여 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로, 중국의 군사력 확대에 대비해 방위비를 대폭 늘리고 수출 규제를 완화한 일본 정부의 노선이 방산업체 매출로 직결됐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반면, 중국은 정반대 흐름을 탔다. 중국군과 방산업계를 겨냥한 대규모 반부패 사정 여파로 일부 대형 무기 계약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1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방산업체 8곳의 2024년 무기 매출은 전년보다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중국은 미국·유럽과 달리 매출이 줄어든 주요 방산국으로 분류됐고, 아시아 전체도 중국 부문의 역성장을 떠안으면서 유일하게 전년 대비 방산 매출이 감소한 지역이 됐다.
이처럼 2024년 세계 방산시장은 미·중 전략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이 겹친 '전쟁의 시대'를 반영하듯, 글로벌 톱100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동시에 한국과 일본, 독일 등 일부 국가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신흥·재부상 방산 강국'으로 부상하는 한편, 중국은 부패 사정의 충격으로 조달·계약 구조의 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이런 구조 변화 속에서 한국은 2년 연속 세계 10위 방산 매출국 지위를 유지하며, 향후 수출 시장 다변화와 차세대 무기 체계 경쟁에서 '발언권'을 키워가고 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