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열·제임스 박 투톱 체제 가동
상업화 단계 수주 전무…적자 지속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롯데그룹이 오너 3세 신유열 부사장을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로 전면에 내세우며 바이오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 창립 3년 만에 첫 수주를 따냈지만 임상용 계약에 그쳐 향후 대형 수주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26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신 부사장은 제임스 박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바이오 사업 전반을 이끌게 된다.
롯데가 신 부사장을 전면 배치한 것은 바이오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그룹 차원의 의지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이미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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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유열 부사장 [사진=롯데바이오] |
이에 2022년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로부터 인수한 미귝 뉴욕 시러큐스 공장과 2030년 최종 완공 목표인 송도 바이오캠퍼스를 활용하는 '듀얼 사이트' 전략을 내세우며 글로벌 수주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아직까지 상업 생산 단계의 수주 계약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는 글로벌 수주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해 말 대표 교체를 단행했다. 올 초 취임한 제임스 박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지씨셀 등을 거친 글로벌 사업 개발(BD) 전문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재직 시 다수의 해외 고객사와 수주 계약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박 대표 취임 이후 회사는 글로벌 사업개발 조직을 대표 직속으로 재편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취임 직후 첫 공식 석상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 시러큐스 공장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현황과 송도 바이오캠퍼스 구축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자체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SoluFlex Link'를 선보이고 북미 완제의약품 파트너사와 협업 계획을 밝히는 등 글로벌 고객사 대상 사업개발 활동도 펼쳤다.
신 대표 또한 글로벌 전략 실장으로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와 바이오 USA 등 주요 국제 행사에 잇따라 참석하며 글로벌 고객사와의 접점을 넓혀왔다.
이후 올 4월 아시아 바이오기업과의 ADC 임상 후보물질 생산 계약을 시작으로 총 3건의 수주를 따냈으나 대부분 후보물질 또는 임상 단계에 머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업화로 이어지는 대형 수주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상업 생산 단계의 의약품 수주는 장기 계약으로 이어져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만들어내는 만큼, CDMO 기업의 실적 기반을 좌우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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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바이오 플랜트 조감도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
회사의 거점이 될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도 완공이 다가오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2만 리터 규모의 1공장 건설을 2026년에 마무리해 2027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 총 36만 리터 규모의 3개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설비 투자가 실적으로 연결되려면 지금과 같은 임상용이 아닌 상업화 물량 수주와 안정적인 공급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
수익성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2344억원을 기록하며 외형은 성장했지만 순손실이 897억원에 달해 적자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조직 확대로 비용 부담이 커진 반면 실적 개선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다. 그간 매출 구조도 미국 시러큐스 공장이 확보한 물량에 의존해온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롯데그룹으로부터의 자금 수혈도 이어졌다. 롯데지주는 2020년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당시부터 약 6000억원을 지원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9000억원 규모의 대출금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 따라 신 대표는 그룹 차원의 전략 조율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제임스 박 대표는 사업개발과 수주 확대 등 현장 중심의 실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두 대표가 각자의 역할에 주력하며 송도 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상업화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아직 신 대표의 주요 역할은 정리 중에 있다"며 "확정이 되면 추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