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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선 보이스피싱] ⑤"개별 검거해도 '일망타진' 어려워"...변호사 3人의 현장 분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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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전형환·곽준호 변호사 인터뷰...캄보디아·태국 넘나든 형사 최전선
"단속 넘어 코리안데스크 필요...현지 경찰 움직이게 만드는 힘 중요"

[서울=뉴스핌] 김영은 김지나 기자 = "'대포통장 모집책', '수거책', '인출책', '자금 세탁책'이 '점'의 형태로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국내에서 개별적 검거를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조직 자체의 범행을 중단시키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과 태국에 법률사무소를 둔 전형환 변호사(메가엑스법률사무소)는 24일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의 구조적 특성을 설명하며 수사의 한계를 짚었다. 해외에 본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은 국내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방법을 피해가며 '점 조직' 형태로 운영돼 왔다.

[법정 선 보이스피싱] 글싣는 순서

1. 조직편 '9시 출근 9시 퇴근'…직원 한 명 잡혀도 멈추지 않는 '범죄공장'
2. 곽금주 "취업 절박함에 캄보디아行…조직적 범죄생활에 점차 순응"
3. 착취편 "징역살기 싫어요"…지적장애인, 왜 판사 앞에 서게 됐나
4. 노동편 '마동석팀' 그녀는 왜 '초선'이 됐나…일자리 잃은 청년들의 선택
5. "개별 검거해도 '일망타진' 어려워"…변호사 3人의 현장 분석은
6. 기술편 '친밀한 속삭임' 끝 입금계좌...신뢰까지 해킹한다
7. "일반인 목소리도 3초면 복제…해결책은 국가간 공조"
8. 완결 죗값편 '감금' 알고도 지인 범죄조직에 넘긴 자의 최후

최근 동남아시아에서는 이 같은 한국인 대상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부터 태국에서는 '룽거컴퍼니' 조직원 20여명을, 캄보디아에서는 '마동석팀' 조직원 45명을, 지난 20일 한국에서는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대포 통장을 팔아넘긴 일명 'MZ 조폭' 59명 등을 검거했다.

피해 규모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른다. 드러난 피해액만 룽거컴퍼니는 약 210억원, 마동석팀은 약 94억원, 유통책들은 약 37억원에 달했다.

전형환 변호사(메가엑스법률사무소) 사진.

검찰 보이스피싱 전담수사부 출신인 이태훈 변호사(법무법인 YK)는 최말단 가담자더라도 고의가 있다고 확실하게 판단될 경우 재판에서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것을 강조했고 한 달에 평균 5건 해외 보이스피싱 사건을 수임하는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주재국의 수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수사·재판·국제공조 등 다층적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 속에서, 뉴스핌은 해외 보이스피싱 사건 당사자를 대면해 온 전형환 변호사, 이태훈 변호사, 곽준호 변호사를 만나 현장의 진단과 대안을 들어봤다.

다음은 변호사들과의 일문일답

-해외 운영 보이스피싱 콜센터 사건에 대한 국내 수사 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 변호사 : 해외에 둥지를 튼 모(母)조직은 폐쇄된 공간에서 숙식까지 해결하는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검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텔레그램 등 밀행적 통신수단으로 지시를 주고받아 일부 하선이 검거돼도 통신기록을 곧바로 삭제해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큽니다. 현재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출범해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 모조직 검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 변호사 : 핵심은 '해외에 본거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는 계좌 흐름 및 통신 추적 혹은 여러 강제수사 방법을 동원해 조직을 수사할 수 있지만, '대포통장 모집책', '수거책', '인출책', '자금 세탁책'이 점처럼 흩어져 있어 국내에서 개별적으로 검거해도 조직 전체를 멈추기 어렵습니다. 수사망을 피해 바로 다른 국가로 이동해 재편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곽 변호사 : 조직 검거 못지않게 '중간 가담자 조사'도 어려운 점입니다. 기망에 속아 자금·물품을 전달하는 중간책이 된 가담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자신의 가담 정도, 당시 주변인의 역할을 현지에서 언어적 장벽 때문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역할보다 과도한 책임을 떠안거나, 상대적으로 억울한 피고인이 양산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초동 진술 단계부터 공백이 있는 셈이죠.

-캄보디아 등 해외 활동 한국인 중 범죄에 가담했으면서도 피해자인 사례들도 있습니까

▲이 변호사 : 타의로 기망 혹은 강압을 통해 가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 있는 모조직 범죄구성원이 로맨스스캠, 대출사기, 본인 또는 가족이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등 기망행위를 해 경제적 약자에게 접근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제가 변호하는 의뢰인 일부는 속아서 수거책 역할을 했고, 추후 범죄를 의심하고 피해자와 함께 경찰에 신고하는 등 자수한 경우도 있습니다.

▲전 변호사 : 이른바 '고수익 알바'가 대표적입니다. 단순 아르바이트로 알고 출국했다가 현지에 도착해보니 불법행위를 지시받는 경우죠. 다만 조직이 항공권·숙박비까지 제공하는데 정말 단순 알바일 리 없다는 점에서, 가담자들도 어느 정도 스캠 범죄라는 걸 눈치챘거나 의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지에서 실적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협박·감금·폭행을 당하는 피해는 분명히 발생합니다.

▲곽 변호사 : '재테크 사업 투자를 유도하고 수익금을 배분을 약속하는 리딩방', '텔레그램 고수익 알바방', '지인소개 아르바이트' 등이 전형적 통로입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업과 일자리를 미끼로 제공하는 것이죠. 초기에는 범죄조직이라는 인식 없이 관계를 맺게되면서 피해자이자 가담자가 됩니다.

-20~30대 청년들이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현지에서 겪는 실상은 어떠합니까

▲전 변호사 : 지난 6월 태국에서 검거된 보이스피싱 스캠 일당 사례(룽거컴퍼니)를 대리한 경험이 있습니다. 서울남부지법에서 선고가 이뤄지고 있고, 또 지난 8월에 추가로 검거하는 등 계속되는 사건입니다.

이런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 '고수익 알바'로 사람들을 모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30대 가담자는 '돈 많이 벌 수 있다. 한국에서 지금 버는 돈으로 어떻게 먹고 사냐'라며 지인이 참여를 적극 권유하기도 하고, 그 결과 현지에서 여권을 빼앗기고 범죄에 가담하게 되고 실적 압박에 시달리며 각종 고문을 당합니다.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가담자 대부분은 20대입니다. 실적을 내면 기본급 혹은 범죄수익금의 몇 퍼센트를 떼어준다는 조건을 제시받으니, 게임하듯이 뛰어드는 이들도 있습니다. 검거된 조직원이 수감된 모 구치소에 다녀왔는데 '인출책(피해자 계좌에서 편취금을 직접 인출하는 역할)' 역할을 했던 청년이 그러더군요 "야 넘어가서 좀만 하면 월 3000만원은 번다. 내가 보장해줄게". 이들이 서슴없이 범죄 가담 경험을 공유하고 또 반성 없는 모습에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동남아시아는 왜 보이스피싱 조직 '성지'가 됐을까요

태국 경찰서에서 사건 관련 조사를 위해 수사관과 면담 중인 현지 메가엑스법률사무소 변호사 사진. [사진=메가엑스법률사무소]

▲전 변호사 : 단속을 피하기 쉬운 구조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중국에서 활동하던 조직들이 공권력과 범죄자 유착이 잦은 캄보디아 등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있습니다.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한국인)을 상대로 피해를 일으키는 범죄라 현지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도 작용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이 금전적 이득을 위해 조직과 결탁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수익이 사실상 국가 경제의 일부처럼 흘러들어가는 구조도 문제입니다. 단기간에 외화가 유입되다 보니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손대려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현장에 퍼져 있습니다.

태국에서는 경찰과 통역인이 "돈을 주면 빼내주겠다"고 조건을 내걸어, 통역사·경찰이 범죄조직과 수익을 나누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런 토양이 동남아 일대를 보이스피싱 '안전지대'처럼 만들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국내로 이송되는 절차를 설명해주십시오

▲전 변호사 : 해외에서 검거되면 현지에서 처벌할지를 경찰당국이 검토합니다. 만약 현지 피해자가 없다면 한국으로 추방 수순을 밟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현지 외국인보호소에 머무르게 됩니다.

태국의 경우 IDC(이민국 수용소, Immigration Detention Center)라는 보호소에 조직원들이 대기하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 처벌이 두려워 버티는 사람들도 생깁니다. 그러나 보호소 자체가 사실상 감옥과 다름없어서 물리적으로 벗어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최근 검거된 캄보디아 대형 조직은 현지 정부와 협의해 강제로 송환시킨 경우입니다. 이처럼 한국에서 수사당국이 체포영장 발부→ 공항에서 신병 확보→ 구속영장 신청 절차를 따릅니다. 조직원들은 한국 유치장에서 구치소로 옮겨진 뒤 재판을 받게 되는 거죠.

-피고인들의 형량을 가르는 주요 기준은 무엇입니까

이태훈 변호사(법무법인 YK) 사진.

▲이 변호사 : '가담 정도', '피해 규모', '자수 여부', '인식 여부' 등이 모두 형량을 가르는 주요 기준입니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검찰은 피해액이 적거나 말단 가담자라 하더라도 통상 5년 이상의 실형을 구형하고 법원도 검찰 구형의 2분의 1이상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고의가 필요한데 이때의 고의는 확정적 고의와 미필적 고의로 크게 구분됩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기망이나 사탕발림에 속아 가담하게 된 경우에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보이스피싱인 줄 명확히 알면서도 가담한 확정적 고의라면 훨씬 무거운 형이 선고됩니다.

가령 '한국에서 현금 전달책·수거책으로 역할한 경우'와 '해외 현지에서 근무하면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 대해 직접적 기망행위를 하거나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한 경우'는 그 가담정도가 달라 처벌의 정도도 달라집니다.

-자수 여부, 사회적 취약계층 여부, 장애 여부 등 가담자의 조건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는 부분도 있을까요

▲이 변호사 : 사회적 취약계층이거나 지적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양형에 반드시 고려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적장애 등을 이유로 하여 미필적 고의로 범죄에 가담하게 되었다든지 ② 모조직의 기망(대출사기 등)에 의해 범죄에 가담하게 된 사정이 있다든지 ③ 본인 또한 신체적 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정이 있다든지 등의 사정이 소명된 경우 양형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가담하는 행위가 보이스피싱인 줄 알면서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발적, 자의적으로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게 된 경우 법원은 무거운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가상 인물을 만들거나, 인공지능(AI) 음성으로 지인을 사칭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고도화된 기술을 이용한 사례를 접하셨습니까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 사진.

▲곽 변호사 : 유명인의 얼굴을 AI기술로 합성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투자를 권유하는 방식이 최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신뢰감을 주는 콘텐츠를 가상으로 제작해 금전적 이득을 갈취하는 방식이죠.

텔레그램 등을 활용한다면 해당 콘텐츠가 더욱 은밀하게 전파될 수 있어서 이로 인해 조직 규모가 확대되고 피해규모가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요. 사전 예방을 위한 제도적 대안이 있습니까

▲곽 변호사 : 현행법으로 AI로 특정인을 사칭해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한 경우 사후 처벌은 가능합니다. 다만 사전 제작을 차단하고, SNS 등에 업로드되는 모든 정보를 일일이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AI 기술을 이용한 신종 범죄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사전 검열식의 강경 대응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범죄 콘텐츠를 막고자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게시하기 전에 검열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언론, 표현의 자유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전 검열에 가까운 입법이 능사가 아니라, 현명한 정보 리터러시 교육과 합리적 대응이 우선입니다. 법적 단속에만 의존하거나 미리 모든 것을 검열하는 방식보다는 투자자 등 사회구성원 스스로가 비현실적인 고수익 광고, 유명인 사칭 투자 권유 등을 의심보고 경각심을 가지는 것 즉, 합리적 검토와 자기 보호 노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봅니다.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범죄 근절을 위해 현지-국내 수사당국 사이 공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 범죄 근절을 위해 필요한 대안은 무엇인가요

▲이 변호사 : 보이스피싱 범죄가 점차 다국화·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수사기관끼리 얼마나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공조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정부합동대응팀이 캄보디아 당국과 '합동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공조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절차적·수사인력적·시간적 제약이 있을 수 있어 이를 극복하고 더 기민하게 협력이 이뤄져야 합니다.

또 현재 법원이 보이스피싱 최말단 가담자에게도 중형을 선고하는 이유는 해당 범죄가 '점 조직' 형태고, 마지막 수거책의 퍼즐이 맞춰지지 않으면 편취행위가 이뤄질 수 없기에 최말단 조직원에게도 책임을 중하게 묻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조직 운영자, 확정적 고의가 있던 가담자를 더욱 엄벌할 필요가 있겠죠.

▲전 변호사 : TF 구성을 넘어 '코리안데스크'(현지 경찰과 함께 근무하는 한인 범죄 전담 경찰)를 통한 공조가 필요합니다.

최근 룽거컴퍼니 사건에서도 한국인 가담자의 아버지가 현지 한국 대사관에 신고해 태국 경찰을 움직이게 하면서 체포가 이뤄졌습니다. 이처럼 현지 경찰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중요합니다.

캄보디아는 현재까지 코리안데스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범죄수익에서 비롯된 '블랙 머니'와 같은 이익도 있을 뿐더러 가담자 및 피해자가 모두 한국인인 범죄에 굳이 나설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스캠 범죄를 줄이려면 우리 경찰이 현지 경찰과 작전 및 현장 대응도 함께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필요합니다.

▲곽 변호사 : TF 구성은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외국 영토에서 우리나라 경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는 것은 해당 국가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주한미군 범죄를 놓고도 미군이 자체수사하려던 것을 한국이 한미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을 통해 피의자 신병확보권 등을 점차 확대해 온 사례가 있습니다. 만약 중국 경찰이 '중국인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니 우리가 직접 수사하겠다'고 한다면 우리 사회도 이를 용납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현행 공조 방식은 현실적이고 가능한 최선의 선택이고, 앞으로도 주재국의 수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태국 파타야 교도소 정문 앞. [사진=메가엑스법률사무소]

yek10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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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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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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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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