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와치로 점검 효율 80% 향상…AI·디지털 혁신 수상
화물차 전용 하이패스에 AI 적재불량 감시 시스템 적용
작업자 안전↑·민원↓…적재불량 차량 고발 수용률 90%
[AI 공공실험실] 기획 시리즈는 공공기관이 인공지능(AI) 도입의 시험대가 되고 있는 현장을 조명한다. <뉴스핌>은 공공기관 각각의 업무 환경에 맞춰 직접 개발하고 적용 중인 기술 사례를 통해 공공 부문 AI 활용이 현장과 행정에 가져온 변화를 짚어본다.
[성남=뉴스핌] 이정아 기자 = 도로 상태와 화물 적재 상황을 상시 점검하는 지능형 인공지능(AI) 시스템이 현장에 들어오면서 고속도로 안전 관리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AI 기술을 활용해 사고가 일어날 징후를 선제적으로 포착하고 관리한다.
◆ '로드와치'로 전국 고속도로 파손 감지…생산성 향상 효과 '쑥'
지난달 19일 찾은 한국도로공사 서울경기본부(동서울지사). 사무실 모니터에는 고속도로 노면을 따라 작은 점과 숫자가 끊임없이 표시되고 있었다. 특히 고속도로 어느 지점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는지, 점검이 필요한 구간이 어디인지가 실시간으로 포착됐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건 한국도로공사가 운영 중인 AI기반 도로파손 자동탐지 시스템 일명 '로드와치(Road Watch)'다. 도로 상태를 사람이 직접 살펴보는 대신, AI 차량이 고속도로를 달리며 수집한 영상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파손 가능 구간을 먼저 짚어내는 방식이다.

로드와치는 일반 업무용 차량에 장착돼 있다. 차량이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동안 노면을 촬영하고, 수집된 영상은 위치 정보와 함께 시스템으로 전송된다. 별도의 순찰 차량을 띄우지 않아도 도로 점검이 동시에 이뤄진다. 전원을 켜는 순간부터 점검이 시작되는 구조다.
차량 외부에는 노면을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카메라가 달려 있다. 주행 중 촬영된 영상이 쌓이면, 파손이 의심되는 구간이 자동으로 표시된다. 관제 화면에는 탐지 건수가 숫자로 나타나고, 해당 지점의 이미지가 함께 뜬다.
우정엽 AI데이터부 차장은 "로드와치가 도로 파손을 먼저 걸러주지만, 실제 보수 여부는 사람이 화면을 보고 판단한다"며 "오탐지를 걸러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도로 파손을 감지한 로드와치는 즉시 담당자에게 문자 알림을 전달했다.
한국도로공사는 긴급 보수가 필요한 구간은 바로 조치하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곳은 우선순위를 매겨 관리한다. 로드와치는 지사별로 차량 1대씩 배치돼 있다. 정기 점검 기준은 최소 2주에 한 번이다. 차로가 2~3개인 구간은 한 번 주행으로 점검이 가능하고, 차로 수가 많은 곳은 여러 차례 나눠 살핀다.
무엇보다 로드와치가 도입되면서 작업자 안전이 크게 상승했다. 우 차장은 "예전에는 파손을 발견하면 도로를 차단하고, 직원이 직접 파손 면적을 측정했다. 이 과정에서 다치는 일도 빈번했다"며 "그러나 로드와치가 들어오면서 현장 작업에 따른 위험도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로드와치는 지난 2018년 시범 도입 이후 꾸준히 고도화돼 왔다. 초기에는 단순 탐지에 그쳤지만, 카메라 화질 개선과 위치 정보 정밀화, 서버 보완을 거치며 정확도가 높아졌다. 최근에는 후방 고화질 카메라까지 추가돼 수집 데이터의 폭도 넓어졌다. 관련 시스템 연동도 내년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 차장은 "로드와치를 처음 도입했을 때는 파손이 아닌 것도 파손으로 분류했다"며 "지금은 파손분야를 학습시켜 오차율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드와치는 지난 2일 한국도로공사가 개최한 'AI·디지털 데이'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로드와치는 도로파손을 자동으로 탐지함으로써 점검효율을 80% 향상시키고, 도보 점검으로 인한 사고 위험을 줄이고 안전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AI로 적재불량한 화물트럭 잡아낸다…"소형 화물차도 덮개 씌워"
같은 날 찾은 서울경기본부 관할 성남영업소. 요금소를 통과하는 화물차들이 줄지어 지나가면, 차로 상단에 설치된 카메라가 화물차 적재 상태를 조용히 기록한다. 적재함 덮개가 느슨한지, 고정 상태가 불안한지 AI가 분석해 그 결과를 즉시 전송한다.
성남영업소에서 운영 중인 한국도로공사의 AI 적재불량 감시 시스템은 화물차 전용 차로와 다차로 하이패스 구간을 지나는 차량을 촬영해 적재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예전처럼 사람이 직접 뛰어나가 확인하던 단속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건 '안전'이다. 과거에는 직원이 직접 차로로 나가 사진을 찍거나, CCTV 영상을 반복 재생하며 적재 상태를 확인했다. 빠르게 지나가는 화물차를 상대로 한 단속은 늘 위험을 동반했고, 민원도 적지 않았다. 거센 반발에 위협을 느낀 사례도 빈번했다.
과적 업무를 담당하는 이동훈 주임은 "이전에는 직원들이 직접 사진을 찍어야 했기 때문에 과속하는 경우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하거나, 사진을 찍으면 왜 사진을 찍느냐고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며 "CCTV로 촬영해도 화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온 직원이 차량번호 분석에 매달렸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사라졌다"고 귀띔했다.
성남영업소에 따르면 적재불량 단속에 AI기술을 도입하면서 단속 효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적재불량 차량 고발 수용률은 90% 중반대로 올라갔고, 불필요한 민원도 줄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모든 차량이 곧바로 고발되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이 먼저 추린 뒤, 담당자가 다시 화면을 확인해 실제 위험성이 있는 경우만 경찰청으로 넘긴다.
흥미로운 건 시스템 도입 초기에는 적발 건수가 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이 주임은 "화물차를 끄는 기사들이 이제는 적재를 잘 쌓지 않으면 무조건 잡힌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적재를 안정적으로 쌓는 비율이 올라가고 있다"며 "요즘은 소형 화물차까지 덮개를 제대로 씌우고 다닌다"고 자부했다.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올해 기획재정부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꼽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상위 10개 기관으로 분류됐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