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장관, 구체적 지시 의혹 부인
노만석 총장 대행, 전날 입장 표명 후 취재진 질문 답변 피해
검찰 안팎선 노 대행에 입장 표명 및 사퇴 목소리 커져
"있을 수 없는 일 벌어져…지휘 어려워 노 대행 사퇴해야"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특혜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신중히 판단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반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은 입장문 발표 이후 침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 안팎에선 정 장관이 사실상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한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수사·공판팀의 의견을 무시한 노 직무대행을 향해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정 장관은 10일 오전 법무부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지난 7일 보고가 왔을 때 '신중하게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 정도로 의사 표현을 했다"며 대검에 항소에 대한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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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천=뉴스핌] 최지환 기자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11.10 choipix16@newspim.com |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할 때 구체적 사건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직무대행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했는가'라는 질문에도 "장관 취임 이래 노 직무대행과 직접 연락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신중한 의견 검토가 사실상 수사 지휘를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대장동 사건은 신중한 검토를 거쳐 항소가 결정된 사건"이라며 "대검에서 갑자기 의견을 바꿀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항소 제기를 보고받은 장관이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말하는 것이 수사 지휘지 어떻게 의사 표현 정도에 불과한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 내부에선 노 직무대행의 입장 표명과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 등 검사장들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직무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참모인 대검 부장검사(검사장)들도 오전 회의 전 입장을 취합한 후 구두로 노 직무대행에게 사퇴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들이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집단으로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단 대검 부장 중에선 이번 항소 포기에 직접 관여한 박철우 반부패부장이 제외됐고, 일선 지검장 중에선 현 정권에서 승진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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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 [사진=뉴스핌DB] |
차장검사급인 전국 지청장들은 "항소 포기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의 납득할 만한 설명과 지위에 걸맞은 자세를 촉구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여기에 평검사인 대검찰청 소속 검찰연구관 전원도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은 검찰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 공소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거취 표명을 포함한 합당한 책임을 다하시기를 요구한다"며 사퇴 압박에 동참했다.
노 직무대행은 전날 본인의 책임하에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는 입장을 내놓은 이후 침묵하고 있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법무부 장·차관으로부터 항소 포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는가'란 질문에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미리 이야기라도 했으면 다른 대응이라도 해봤을 텐데 최대한 시간을 끈 것은 수사팀을 말려 죽인 것"이라며 "이 사태는 노 직무대행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상태로는 지휘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이번 사태는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정진우 중앙지검장도 항소를 제기한 후 문제가 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어야 한다"며 "항소를 못 하게 한 뒤 책임을 지겠다는 현재 태도는 오히려 책임 회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 지검장은 논란이 불거진 후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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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사진=뉴스핌DB] |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