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상습 발행...시선AI, 현금 모자라 부실 기업 '줍줍'
피인수기업, 이자수익 전무...기댈 건 테마주 급등
IB 관계자 "전형적 LBO 방식...시장 시선 곱지 않아"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시선AI가 대보디엑스(대보DX)와 솔크홀딩스를 연이어 인수하며 공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섰으나, 정작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인수 기업 간의 사업적 시너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각 주체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한 '주고받기식' 거래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특히 시선AI는 과거 특정 정책 테마주로 분류되어 대선 직후 주가가 급등했던 이력이 있어, 이번 인수가 단순한 사업 확장보다는 '주가 상승(떡상)'을 노린 매각 주체의 전략적 출구라는 비판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실질적인 기업 가치 상승보다는 당사자들의 금전적 이해관계만을 따른 인수·합병(M&A)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시선AI의 향후 행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 "돈은 없는데 인수는 하고 싶어"...시선AI, 영구 CB 폭풍 발행
25일 IB업계에서는 시선AI가 25일 업계에 따르면 시선AI는 대보DX와 솔크홀딩스 인수에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피인수 기업들은 투자금 회수 및 이익 극대화를 원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시선AI가 부실기업 인수를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는 시선AI의 보유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인수를 밀어붙이기 위해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극단적인 방식을 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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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AI 로고. [사진=시선AI] |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시선AI는 솔크홀딩스 지분 99.90%를 20억원에 인수했다. 거래 대금은 영구 CB를 발행해 충당했다.
시선AI는 솔크홀딩스 인수 결정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 23일 인공지능전환(AX)·클라우드전환(CX)·시스템통합(SI) 전문기업 대보DX 지분 51%를 3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거래 대금은 솔크홀딩스를 인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영구 CB로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시선AI가 인수 과정에서 발행한 영구 CB의 표면 이자율은 0.0%, 만기보장수익률은 3.0%이며 만기는 발행일로부터 30년이다.
보통 기업들은 현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을 때 표면 이자율이 0.0%인 영구 CB를 발행한다. 자금 조달 이후 빠져나갈 이자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발행 회사는 액면가 할인을 통해 투자자에게 프리미엄 수익 기회를 제공한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시선AI는 꾸준히 영업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사업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금은 부족한데 사업 확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잇단 영구 CB 발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자본잠식 빠진 피인수기업..."회사 버리고 테마주 투자" 비판 일색
대보DX와 솔크홀딩스는 CB 투자를 통한 이자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회사를 매각할 정도로 사업 실적이 나빴다.
대보DX는 지난해 자본금(18억3300만원)이 자본총계(209억8300만원) 대비 10%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처했다.
솔크홀딩스의 자회사인 투게더앱스는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29억6155만원과 78억7294만원의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을 기록한 후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같은 기간 헬로핀테크도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난해부터 공시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시선AI가 사업성을 인정받은 것이 아닌 테마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회사를 팔아 주가 급등만을 노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선AI는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AI 사업 육성 정책 기대감 탓에 정책 수혜주로 분류됐다. 실제로 대선 직후 주가가 주당 7030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주당 3325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선AI의 인수 방식은 전형적인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이나 미래 현금 흐름을 담보로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이라며 "현금이 부족한데 사업을 살리려는 회사와 매각 자금으로 투자 수익을 노리려는 회사의 잇속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영세한 기업 인수에 대한 시장 반응은 곱지 않다"며 "특히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은 기업의 CB를 인수하는 방식은 더욱 그렇고, 이번 시선AI의 인수는 높은 시너지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비판했다.
stpoems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