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와 효율화, 홈쇼핑이 AI에 주목하는 이유
AI 스튜디오·가상모델·챗봇… 실험 넘어 실전에
브랜드 세계관까지 구현, 온라인몰과 다른 전략
내부 업무 자동화로 협력사와의 상생 강화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국내 홈쇼핑 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앞다퉈 도입하며 산업 전반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방송을 제작하거나 상품을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통해 소비자 경험을 혁신하고 내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특히 가격 중심의 경쟁 대신 '경험과 몰입'을 앞세운 차별화를 모색하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이 AI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화'와 '효율화'다. 소비자들이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면서도 자신에게 맞는 상품과 경험을 원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상담·큐레이션·세트 제작에 투입되던 비용과 인력을 절감할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 AI는 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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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스튜디오로 일본 정원과 건축물을 연출한 일본 여행 상품 방송 장면. [사진=GS샵 제공] |
대표 사례가 AI 스튜디오다. GS샵은 1년 만에 전체 방송의 62%를 가상 스튜디오에서 제작하고 있다. 물리적 세트 제작 대신 AI가 생성한 화면을 활용해 몰입감을 높였고 동시에 폐기물을 연간 18톤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방송의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친환경이라는 부가 가치를 창출한 셈이다.
또 다른 점은 브랜드 경험 강화다. KT알파 쇼핑은 AI 가상모델을 실제 모델과 함께 무대에 세워 패션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단순히 옷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결하는 연출을 통해 홈쇼핑을 새로운 경험의 장으로 만들었다. 이는 온라인몰과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고객이 상품을 넘어 브랜드 세계관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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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알파 쇼핑 25FW패션쇼케이스 현장_AI쇼케이스. [사진=KT알파 제공] |
소통 혁신도 빠질 수 없다. CJ온스타일은 AWS와 함께 개발한 AI 챗봇 'AiON'을 도입해 방송 중 발생하는 소비자 질문에 실시간 대응한다. 단순 응대가 아닌 대화 맥락 반영, 이미지 인식, 실시간 재고 확인까지 지원해 '끊김 없는 소통'을 구현했다.
업계에선 AI 기술이 단순히 화려한 화면 연출을 넘어 상품 특유의 한계를 보완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고 본다. CJ온스타일의 '베리시' 론칭 방송처럼 AI모델·XR 기술을 결합해 언더웨어라는 제약을 극복한 사례는 홈쇼핑이 상품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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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인종의 AI모델을 통해 '베리시' 언더웨어 실제 착용 모습을 연출한 모습. [사진=CJ온스타일 제공] |
내부적으로는 상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과정도 AI로 인해 훨씬 간편해졌다. 롯데홈쇼핑은 협력사 전용 AI 챗봇 '모니(MONI)'를 운영해 입점 서류 검토, 시험성적서 확인, 해외 문서 번역, 물류 점검 등을 자동화했다. 매달 1500건 이상의 업무를 처리하며 효율을 극대화하고 파트너사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 NS홈쇼핑은 대표이사의 실제 목소리를 학습해 제작한 AI 커스텀 보이스를 방송에 적용해 회사 관련 주요 안내 콘텐츠에 활용하고 있다.
홈쇼핑 업계의 AI 진화는 단순히 '가격과 편의성'에 집중하는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콘텐츠화된 쇼핑 경험'을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를 추구한다는 점에 방점이 있다. 이는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단순히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플랫폼 안에서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상품과 경험을 새롭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홈쇼핑 업계는 AI 기술을 단순히 유행으로 받아들이는 수준을 넘어, 고객 경험을 차별화하는 핵심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특히 TV라는 고유한 고객 접점과 방송 화면을 통해 다양한 AI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은 이커머스 플랫폼에는 없는 홈쇼핑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 화면이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오프라인 쇼룸의 역할을 하고, 여기에 AI 기술을 접목해 고객에게 더욱 실감나고 몰입감 있는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홈쇼핑 업계는 AI 적용 범위를 확대해 새로운 형태의 쇼핑 환경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