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0% 추가 관세 지속 불가"…한 발 물러나
"2주 후 시진핑 만날 것" 확인
전문가 "중국은 버틸 수 있지만, 미국 못 버텨"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100%의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지 일주일 만에 강경한 기조를 다소 완화했다. 중국이 주요 산업은 물론 국가 안보까지 흔들 수 있는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잖은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100%의 추가 관세가 경제를 상당히 해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그렇지만 그것은 숫자이며 그것을 견딜 수도 있지만 그들은 내가 그렇게 하도록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발언과 달리 2주 후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이라고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우리가 중국과 괜찮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리는 공정한 거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과 매우 잘 지낸다고도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일주일 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후 "시 주석을 만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과 상반된다. 사실상 희토류를 독점한 중국이 극소량의 희토류까지 통제하겠다고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의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밝혔었다. 이 같은 관세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것이 무역 협상 전략 중 하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블룸버그]2025.10.18 mj72284@newspim.com |
◆ "미국과 동맹이 국가 과제 삼아도 희토류 가공 5년 이상 걸려"
스마트폰과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군사용 무기 체계는 물론 전투기에까지 사용되는 희토류 통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에 이어 2기에도 지속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에 강력한 카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F-35 전투기에는 400kg이 넘는 희토류가 들어간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 정제의 90%, 자석 제조의 93%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가 희토류 가공에서 당장 중국을 따라잡는 게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대규모 희토류 금속 매장량을 자랑하는 호주가 중국의 대안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비용과 기술 측면에서 중국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호주 기술대의 마리나 장 연구원은 "호주의 생산 인프라는 아직 미비해 가공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며 "미국과 모든 동맹국이 희토류 정제를 국가적 과제로 삼는다 해도 중국을 따라잡기까지는 최소 5년은 걸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호주의 이디스 코언 대학교 국제경영학 강사인 나오이즈 맥도너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새로운 규제 조치는 미국 공급망의 취약점을 겨냥하고 있어 시스템에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며 "이번 조치의 시점은 미국이 원했던 협상 일정표를 완전히 흔들어 놨다"고 지적했다.
희토류 카드를 손에 쥔 중국은 강경한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2일 성명에서 "관세 문제에 대해 중국의 입장은 일관된다"며 "우리는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그것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미국이 그 노선을 고수한다면 중국은 자국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단호하게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추가 수출 통제 등을 통해 중국을 추가로 압박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장기적으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맥도너 교수는 "중국의 기술 산업을 겨냥한 조치들이 중국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멈춰 세우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국의 수출 통제하에서는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더라도 중국은 계속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중국이 이 희토류 공급을 끊어버린다면 오히려 모든 나라의 산업이 멈출 수 있고 그것이 결정적인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블룸버그] 2025.10.18 mj72284@newspim.com |
◆ 트럼프-시, 대타협 이루지 못하면 관세 부과 시한 연장될 듯
전문가들은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커다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관세 부과가 연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이번 만남에서 미국 측이 중국에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와 미국산 대두 구매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측에서는 관세율 인하와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싱가포르 소재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의 스티브 올슨 초빙 선임연구원은 "현재 미·중 관계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나 새로운 공존 방식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보다는 최근 발생한 갈등의 불씨를 끄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양측 모두 수출 통제를 어느 정도 완화하기를 원한다고 진단했다.
올슨 연구원은 "두 정상은 여전히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크지만 양국 관계의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지금 걸려 있는 이해관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취소된다면 시장과 기업 심리에 쓰나미 같은 충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두 정상이 한국에서 어떤 합의를 하든 혹은 합의에 실패하든 그것이 오늘의 상황을 덮고 양국 관계의 흐름을 새롭게 재설정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더 큰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결국 또 한 번의 관세 휴전 연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이 협상 타결을 이루지 못하면 추가 수출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조만간 더 많은 품목을 수출 제한 목록에 포함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 여기에는 마그네슘과 티타늄, 코발트와 같은 여러 광물이 포함될 수 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