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정쟁 거리두기...'여야 갈등' 법사위·과방위 별도 언급 없어
홈플러스 사태·관세협상·캄보디아 사태 등에 방점
정청래도 이례적 톤 조절..."법사위 현장 국감, 말싸움 있어선 안 돼"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그 어떤 경우가 오더라도 저는 자기정치는 하지 않겠습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9월 28일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주최하는 '이재명 정치학교'에 참석해 한 말이다. 이 말에 앞서 김 원내대표는 "제가 사실 준비되지 않은 멘트는 잘 안 하는 편인데 오늘은 꼭 한말씀 드리고 가겠다"며 운을 뗐다. 정청래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갈등을 비롯해 당정 갈등 논란이 있던 시점에 한 말인 만큼 의미심장하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정감사가 시작된 후 김 원내대표 발언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날을 세우고 개혁을 강조하는 정청래 대표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좀 더 민생 문제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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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뉴스핌DB] |
김 원내대표는 전날 국정감사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은 국가 정상화와 민생경제 회복에 집중하겠다"며 "국감은 정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책임의 시간이다. 그 시간을 무책임한 정쟁과 발목잡기로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어제(13일) 국감에서 민주당은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며 "한미 관세협상,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범죄, 산업재해 근절 등 국익 그리고 국민의 삶과 직결된 현안을 꼼꼼히 점검했다. 국익과 국격을 훼손하는 외국인 혐오의 거짓선동을 규탄하고, 사실을 바로 잡았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이 출석해 여야 간 극한 갈등 상황이 벌어진 법사위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정쟁과는 거리를 둔 셈이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다뤄진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먹튀' 사태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 전날 욕설 문자로 논란이 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야당과 각을 세우는 정 대표와 달리 당의 법안 처리를 담당하는 여당 원내대표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첫날인 13일에는 야당인 국민의힘과 합의해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민생법안 70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민생법안에도 모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나 조율에 성공함에 따라 민생법안들은 합의처리 될 전망이다.
◆ '자기정치' 논란 정청래도 톤조절...민생행보 집중하나
박수현 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정 대표가 자기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글을 올린 바 있다. 앞서 김 원내대표가 "자기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수석대변인은 "항간에 민주당과 정 대표에 대해 거의 사실처럼 굳어져가는 오해가 두 가지가 있다"며 "첫째는 정청래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민주당이 당정대 조율 없이 과속을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 대표는 '혹시 지금 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습니까'라고 지도부와 참모들에게 자주 질문한다"며 "정청래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날은 정 대표도 나서서 이례적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대법원 현장 국감과 관련해 정 대표는 사전 최고위에서 현장 국감을 소란스럽게 할 필요가 없다. 몸싸움이나 거친 말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 역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은 국회의원의 발언이 아니라 조 대법원장의 답변과 태도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며 톤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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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