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사상 최초 4000달러 돌파
달리오 "현 상황 70년대와 유사...부채 급증기엔 채권 투자 매력 떨어져"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가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의 최대 15%를 금에 배분하라고 조언해 관심이다. 특히 금값이 사상 최초로 4000달러를 넘어선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 눈길을 끈다.
7일(현지시간) 달리오는 미국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서 열린 그리니치 이코노믹 포럼에 참석해 "전략적으로 자산을 나눈다면, 아마 포트폴리오의 약 15%를 금에 두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면서 "왜냐하면 일반적인 자산군이 하락할 때 금은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내는 유일한 자산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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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 [사진=블룸버그] |
미국의 불어나는 재정적자와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면서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0.7% 상승한 4,004.4달러에 마감했으며, 장중 한때 4,014.6달러까지 치솟았다.
달리오는 현재 경제 상황이 1970년대 초반과 매우 흡사하다면서, 당시에도 인플레이션, 과도한 정부 지출, 높은 부채 수준이 종이 자산과 명목화폐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처럼 부채와 채권 공급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는 돈을 채권 같은 부채 상품에 넣는 것은 부를 보존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달리오의 이러한 조언은 일반적인 금융자문가들의 포트폴리오 조언과는 상반된다. 대부분의 자문가들은 주식 60%, 채권 40% 비율의 자산 배분을 권장하며, 금이나 원자재 같은 대체자산은 소량(한 자릿수 비율)만 편입하라고 한다. 이는 금이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무수익 자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최고경영자(CEO) 역시 최근 금의 비중을 최대 25%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과 약달러 흐름 속에서 금이 계속 두드러질 것이라는 것이다.
달리오는 금이 통화가치 하락(금리 인하나 과도한 부채로 인한 화폐 가치 희석)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시기에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금은 유일하게 '누군가가 당신에게 돈을 갚아줄 것'을 기대하지 않아도 되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반면 본파이드 웰스의 공인재무설계사(CFP)인 클리퍼드 코넬은 "각 포트폴리오에는 개인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요즘 금이 화제의 중심에 있고, 올 한 해 금은 눈부신 성과를 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FOMO(놓칠까 두려운 심리)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5%는 꽤 높은 비중"이라며 일률적인 권장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