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가 최근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 보수 정책을 비판하면서 보수 가톨릭과의 허니문(밀월 기간)이 끝났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소속으로 사제 기간 동안 주로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가톨릭계에서는 진보 또는 개혁적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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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14세 교황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6.22 mj72284@newspim.com |
교황은 지난 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환경 행사에서 "지구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기후변화는 사기극"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직격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교황은 이날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5년 반포한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일부 지도자들이 기후변화의 명백한 징후를 비웃고 지구 온난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조롱하고 있다"며 "심지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가난한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로마 근교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빌라 바르베리니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형제를 지지하면서 낙태에 반대한다고 하는 것은 진정한 생명 존중이 아니다"며 "미국 내 이민자들에 대한 비인도적 처우에 동의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본래 신중한 성격의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이후 가장 강한 어조로 (트럼프 정책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군 소집과 국방부 명칭 변경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핵무기 사용 등 전쟁 준비를 갖춘 군 장병들을 소집한 것에 대한 질문에 "이런 발언 방식은 우려스럽다"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 명칭을 전쟁부로 변경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단순한 수사(레토릭)에 그치길 바란다"며 "이는 힘을 사용해 압력을 행사하는 통치 방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발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미국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 보수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 미 텍사스 교구 주교 조지프 스트릭랜드는 "새 교황이 생명 존엄과 교회의 도덕적 명확성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가톨릭 보수 성향 블로그 '로라테 카엘리'는 "교황의 인터뷰에 너무 지쳤다. 그는 예전의 침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스트릭랜드 전 텍사스 주교와 로라테 카엘리는 모두 레오 14세의 초기 행보에 지지를 보냈었다"며 ""본래 신중한 성격의 레오는 자신의 의제에 대한 반대가 강해질 수 있는 보수파와의 반복적인 충돌을 피하려 할 것이지만, 자신의 가치관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