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 기본형 모델에 엑시노스 2600 채택키로
아이폰 17 기본형 출고가 동결에 원가 절감 전략
엑시노스 확대로 연간 1조5000억원 비용 절감 추산
자사 칩 투입으로 반도체 자립도 강화 모색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자가 당초 퀄컴 칩을 탑재하려 했던 국내판 갤럭시 S26 기본형 모델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을 탑재하기로 했다.
애플이 아이폰 17 기본형 출고가를 예상보다 낮게 책정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된 데 따른 전략적 선택이다. 원가 절감과 반도체 자립도를 동시에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엑시노스 2600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 등 글로벌 지역에 출시될 갤럭시 S26 기본형 모델에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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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엑시노스 [사진=엑시노스] |
◆아이폰 가격 인하에 전략 수정…엑시노스로 원가 절감
26일 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S26 모델의 출시 지역별 채택할 AP를 확정했다.
엑시노스 2600은 북미·중국·일본을 제외한 우리나라와 유럽 등 글로벌 지역에 출시하는 기본형 모델에 탑재된다. 당초 삼성전자는 한국향 기본형 모델을 북미·중국·일본과 동일하게 스냅드래곤 전용 그룹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유럽 등 글로벌 그룹에 묶어 엑시노스를 탑재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글로벌 전 지역에 출시되는 울트라 모델은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탑재한다. 엣지 모델은 한국·북미·중국·일본에선 스냅드래곤, 유럽·글로벌향에는 엑시노스 2600이 적용된다. 플러스 모델의 경우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국내향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탑재가 유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미·중국·일본 지역에 출시되는 갤럭시 S26은 기본형부터 퀄컴 칩을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S26 시리즈에 당초 계획을 뒤집고 '플러스'를 라인업에 추가하기로 했다. ["'아이폰 에어' 부진 심상치 않네"...삼성전자, 갤럭시 S26에 '플러스' 지킨다]
엑시노스의 채택 확대는 표면적으로는 생산 수율 안정화가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원가 절감이 더 큰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아이폰 17 시리즈 가격 정책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아이폰 17 기본 모델이 899달러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출고가는 799달러로 책정됐다.
애플이 기본형 가격을 인하해 점유율 확대에 나서자 삼성도 갤럭시 S26 기본 모델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외부 칩을 유지할 경우 원가 부담이 급격히 커져 마진 방어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에 따라 자사 칩을 적극 투입해 원가 구조를 개선하려는 전략적 선택이 뒤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엑시노스 수율 안정화를 이유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아이폰 가격 인하가 직접적 계기"라며 "아이폰17 가격이 예상보다 100달러 저렴하게 나와 내부 전략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원가 절감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갤럭시 S26 기본 모델에 AP가 스냅드래곤에서 엑시노스로 바뀔 경우, AP 비용 절감액은 분기 기준으로 약 3878억원으로 추정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S25 기준으로 추정해보면, 스냅드래곤 추정 단가가 엑시노스2500(120 달러 추정)보다 약 2배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IDC,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등 시장조사기관의 과거 출하량 데이터에 근거하면 갤럭시 S25 제품의 한국 비중은 약 15%를 차지한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전체 출하량(6100만대) 중 해당 비중을 적용해 AP 단가 차이를 적용한 단순 추정치다.
삼성전자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월 모바일AP 매입 비용은 4조7891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4915억원) 대비 37% 이상 늘어난 상황이어서 비용 압박이 컸던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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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애플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아이폰17 시리즈를 체험하고 있다. 아이폰17 시리즈 판매가격은 1백 2십 9만원 부터다. 2025.09.19 leehs@newspim.com |
◆엑시노스 부활 시험대…원가 절감과 소비자 신뢰가 관건
삼성 내부적으로도 이번 결정은 의미가 크다. 퀄컴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시스템LSI사업부의 칩셋 판매 확대를 통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 칩을 글로벌 전략 모델에 다시 안착시키는 것은 실적 개선뿐 아니라 '반도체 자립도 강화'라는 중장기 목표와도 이어진다.
다만 소비자 반응은 변수다. 엑시노스는 과거 발열과 성능 논란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최근 2~3년간 수율 개선과 최적화 작업이 이어졌고, 올해 발표한 플립 모델에 엑시노스2500을 탑재하기도 했지만 실제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갤럭시S25 시리즈에도 엑시노스2500을 탑재하려 했으나 수율 문제로 무산된 바도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AP 전략 수정은 단순한 칩 교체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원가 구조와 성능 신뢰도는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시장은 삼성에게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에, 엑시노스 성능과 이미지 회복 여부가 향후 글로벌 확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삼성이 원가 경쟁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엑시노스가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면 향후 글로벌 확대도 고려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퀄컴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