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전자·이노텍, 하이퐁에 투자 확대
글로벌 경기 둔화 속 현지 재원 확보 나서
현지 고용·R&D 확대, 장기 경쟁력 확보 노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LG그룹 계열사들이 베트남 하이퐁시에 약 1억 달러(약 14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요청했다. 지원금은 현지 계열사들의 인력 양성, 연구개발, 첨단 제품 제조, 고정자산 투자 등에 쓰일 예정이다.
22일 LG그룹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LG전자, LG이노텍은 지난해 각각 베트남 정부로부터 '하이테크 기업' 또는 '하이테크 응용 프로젝트'로 인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하이퐁시를 대상으로 약 2조5000억 동(1억 달러)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제안할 수 있게 되면서 계열사별로 LG디스플레이가 6600만 달러, LG전자가 1760만 달러, LG이노텍이 1680만 달러를 각각 제안했다. 요청한 금액과 실제 지원 받는 금액은 다를 수 있다는 게 LG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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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 전경 [사진=LG전자] |
하이퐁은 LG그룹의 핵심 해외 거점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6년 15억 달러를 시작으로 누적 70억 달러(약 9조8000억 원)까지 투자를 늘렸고 현재 2만 명 가까운 현지 인력을 고용 중이다.
LG전자는 가전과 TV 생산을,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등 핵심 부품을 맡고 있으며, LG화학도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한국 대기업의 대표적인 베트남 투자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실적은 엇갈린다. 올해 상반기 LG전자는 매출 57조 동(22억 달러)으로 전년 대비 성장했지만 순이익은 13% 줄었고, LG이노텍은 매출과 이익이 모두 두 자릿수 감소했다.
하이퐁은 이미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2만 명 가까운 고용을 창출하는 등 그룹의 글로벌 제조 허브로 자리잡았다. 이번 지원 요청은 단순한 비용 보전이 아니라 현지 인프라를 고도화해 장기적으로 공급망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세계 경기 둔화와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현지 정부의 지원은 생산 효율성과 투자 회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애플 공급망 의존도가 큰 LG이노텍의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고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보조금 신청 자체는 드문 일은 아니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지정학 리스크를 의식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가운데 나온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베트남은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전략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