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조현-루비오 면담 결과 자료에서 밝혀
조현 "신체속박 없어야"...루비오 "민감성 이해"
韓 근로자 구금 벗어나 조만간 출국할 듯
재입국시 비자발급 불이익 없도록 조치 요청
비자 해결 위한 '한미 워킹그룹' 신설도 제안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미 이민 당국에 구금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10일(현지 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 재입국에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과의 면담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은 범죄자가 아니므로 수갑 등에 의한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하게 미국을 출국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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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월 3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양국 정부 출범 이후 첫번째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외교부] 2025.08.01 |
루비오 장관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루비오 장관은 또 "이번 사안에 대한 한국민의 민감성을 이해하며 특히 미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지난 4일 미 이민당국은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체류 단속을 벌여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450여 명을 체포·구금했다. 정부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이날 구금 시설에서 풀려나 '자진 출국' 형태로 전세기를 타고 귀국할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했으나, 출국 직전 '미측의 사정에 의해' 일정이 갑자기 연기돼 여전히 구금 시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외교부는 일정 연기 사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이날 조 장관의 언급으로 미뤄 한국인 구금자들이 전세기까지 이동할 때 수갑을 차고 있어야 한다는 이민 당국의 주장 때문에 출국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날 루비오 장관이 한국 측이 원하는 대로 조치하라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임을 언급함에 따라 한국인 근로자들은 조만간 수갑 없이 수감시설에서 전세기까지 이동해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는 "오늘 면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미측과 행정적 실무협의를 적극 전개하고 있으며,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 국민들이 가장 빠른 시일 내 구금에서 해제되고 귀국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제조업 부흥 노력에 기여하고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미국에 온 우리 근로자들이 연행되는 과정을 미 이민당국이 공개해 한국민에게 상처와 충격을 준 것에 대해서도 루비오 장관에게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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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지난 4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불법체류 단속 현장 영상[사진=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쳐] |
조 장관은 또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들이 향후 미국에 재입국할 때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미 행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해 줄 것도 강력히 요청했다.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한·미 외교당국 간 '워킹그룹 신설'도 제의했다.
양국 장관은 이날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 외에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고위급 외교일정·북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조 장관은 "지난 8월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형성된 깊은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보다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정상회담이 성과 문서를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하고 후속 조치들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양국 장관은 또 최근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결과와 함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조 장관은 이 대통령이 언급한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협력을 모색해 나가자고 했다. 루비오 장관은 "대북 대화에 열려있다"면서 "이를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양국 장관 면담 결과에 대해 자료를 내고 루비오 장관이 "한국의 대미 투자를 환영하며, 이 분야의 협력을 심화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무부 자료에 양국 장관이 한국인 구금자에 대한 논의를 했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open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