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주요국의 국채 수익률이 동반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 국채 가격은 떨어진다.
영국은 정부 재정에 대한 우려가 크게 제기됐고, 프랑스에서는 총리가 신임 투표에서 패배하고 내각이 붕괴할 가능성이 아주 큰 것으로 관측되는 등 주요국들이 저마다 심각한 불안정성에 직면하면서 시장에 불안감을 키웠다.
독일 벤치마크 지수는 2.3% 급락했고, 범유럽 지수와 이탈리아·스페인 지수도 1.5% 이상 떨어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8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 올랐다. 다음주에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는 금리 동결이 예상되고 있다.
이날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에 비해 8.26포인트(1.50%) 떨어진 543.17로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550.00포인트(2.29%) 내린 2만3487.33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79.65포인트(0.87%) 물러선 9116.69로 장을 마쳤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53.65포인트(0.70%) 하락한 7654.25에,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682.13포인트(1.61%) 떨어진 4만1727.58로 마감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235.20포인트(1.57%) 내린 1만4704.20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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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글로벌 국채 시장이 크게 동요했다.
영국의 30년 만기 국채는 장중에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인 5.72%까지 치솟았다. 10년 만기물도 4.83%를 찍었다.
독일의 30년 만기물도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인 2.8%까지 올랐고, 프랑스의 30년물도 200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도 4.96%까지 상승했다.
영국의 경우 중앙정부가 이날 10년 만기 국채 발행을 통해 140억 파운드(약 26조원)의 자금을 조달한 가운데 다음달 26일 공개될 가을 예산(Autumn Budget)을 통해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이 280억 파운드 규모의 세금 인상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널리 퍼지면서 영국 재정에 대한 우려가 크게 확산했다.
프랑스에서는 오는 8일 실시되는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가 '부결'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 경우 내각은 붕괴하고 프랑스 정국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프랑스 극우 성향의 정당인 국민연합(RN)은 이날 "이번 총리 신임 투표에서 정부를 무너뜨리겠다"고 공언했다. 국민연합은 전체 의석 670석 중 126석(21.8%)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합 이외에 사회당 등 좌파 진영도 총리 불신임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지난 29일 연방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대부분이 불법이라고 판결한 가운데 향후 중앙정부의 세수에 구멍이 생기고 미국 정부의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졌다.
AJ벨의 투자 애널리스트 대니얼 코츠워스는 "오늘은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을 훨씬 더 면밀히 주시하며 모든 것이 생각만큼 낙관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달은 날"이라고 진단했다.
로이터 통신은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유럽 지역에서 발행될 국채 규모만 1100억 유로가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의 공식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이날 유로존의 8월 인플레이션이 작년 동기 대비 2.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2.2% 이후 처음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인 2%를 넘었다. 지난 5월에는 1.9%, 6월과 7월은 2.0%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코노미스트들과 투자자들은 ECB가 오는 11일 여름 휴가 이후 처음 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거의 모든 주요 섹터들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금리에 민감한 부동산 섹터가 3.5% 하락해 전체 지수를 무겁게 짓눌렀다. 부동산주는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 앉았다.
반면 명품업계는 0.5% 오르며 유일하게 상승세를 기록했다. 구찌와 생로랑 등을 보유한 케링과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각각 3.8%, 1.8% 올랐다. HSBC가 이 두 업체의 주식 등급을 보유(Hold)에서 매수(Buy)로 상향 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탈리아의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도 도이체방크가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하면서 1.9%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