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전수 조사" 발언 하루 만에 구단 사과문 게재
대전시 지적 '무대응' 네 달만...장애인석 장사로 2억원 챙겨
여론 싸늘..."정부는 무섭고 대전시민은 안 무섭나" 비판
[대전=뉴스핌] 김수진 기자 = 한화이글스 장애인석 전용 사태에 정부가 '전수조사'라는 칼을 빼들자 구단 측이 부랴부랴 사과문을 내놨다. 대전시의 수차례 시정 명령에는 미온적이던 구단이 정부의 전수조사 압박이 나오자 하루 만에 사과에 나섰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한화이글스는 19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장애인석을 특별석으로 변경해 운영하면서 장애인 관람객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했다"며 "불편을 겪으신 장애인 여러분과 팬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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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핌] 김수진 기자 =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전경. 2025.01.19 nn0416@newspim.com |
앞서 구단은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의 장애인석 약 90석을 인조잔디로 덮고 '특별석'으로 판매해, 경기당 약 500만 원, 총 2억 원이 넘는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현행법상 체육시설은 시설의 1%를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돼 있다. 또 장애인 복지카드 소지자에 한해 입장료 50%를 감면해야 한다. 즉 한화이글스 구단은 장애인을 위해 저렴하게 제공해야 할 좌석을 오히려 '특별석'이라는 이름으로 5만 원에 팔아온 것이다.
대전시는 지난 4월 이를 적발해 두 차례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구단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버텼다. 이에 대전시는 고발 의사를 밝히며 구단을 압박하는 등 관련 사안은 사법 처리로 이어지는 모양새였다.
구단은 사과문에서 "19~20일 장애인 단체들과 협의해 시설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대전시와도 협력해 장애인 관람에 불편이 없는 구장으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사과 발표가 정부의 압박 이후에야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과 전날인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자체와 협의해 실태조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고, 이 발언 이후 장애인석 논란은 전국적 이슈로 번졌다.
시민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대덕구 거주 40대 시민은 "대전시가 지적할 땐 꿈쩍도 않더니 정부가 한마디 하니 단 하루 만에 사과한 건 구단이 시를 우습게 본 것"이라며 "정부는 두렵고 시민은 두렵지 않다는 걸 구단이 스스로 보여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서구 20대 시민은 "대전시 예산으로 지어진 구장이 구단의 전유물처럼 운영되는 것도 이해가 안 됐다"며 "가장 보호받아야 할 장애인석으로 장사한 행태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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