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6 시대 앞두고 하이브리드 본더 경쟁 가열
한미 '투자 확대' vs 한화 '레퍼런스 앞섰다' 각축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인공지능(AI) 확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맞춰 후공정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핵심 패키징 장비인 하이브리드 열압착(TC) 본더 분야에서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이 맞붙으며, 차세대 시장의 '양강 구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후공정 장비 시장은 내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실제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매출은 1255억달러(약 175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웨이퍼 가공 장비가 1108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후공정 장비는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테스트 장비(93억달러)와 조립·패키징 장비(54억달러)를 합친 올해 전체 후공정 매출은 147억달러(약 20조원)로, 전년 대비 약 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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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세미텍의 TC본더 'SFM5-Expert'. [사진=한화세미텍] |
후공정은 단순히 칩을 조립·검증하는 수준을 넘어, 반도체 성능과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단계로 부상하고 있다. AI 서버와 같은 고성능 컴퓨팅 환경에서는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정밀하게 적층·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이 필수적이다. 특히 HBM은 수십억 개의 전극을 정렬해 수직으로 적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패키징 정밀도가 높을수록 발열·전력 손실을 줄이고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국내 후공정 업체 중에서는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두 회사 모두 HBM 패키징 핵심 장비인 TC 본더를 글로벌 메모리 3사에 공급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TC 본더가 차세대 패키징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는 가운데 개발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기존 TC 본더보다 한 단계 진화한 기술이다. 칩 간 간격을 줄이고 범프 없이 직접 접합이 가능해 발열과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웨이퍼 대 웨이퍼(W2W)' 방식으로 대량 생산에 적합해, HBM6 양산 시점부터는 사실상 필수 공정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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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 조감도. [사진=한미반도체] |
한미반도체는 인천 주안산단에 1000억원을 투입해 하이브리드 본더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곳에서는 ▲HBM용 하이스펙 TC 본더 ▲플럭스리스 본더 ▲AI용 2.5D 빅다이 패키지 본더 ▲하이브리드 본더 등 차세대 장비를 순차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테스와 기술 협약을 맺고 플라즈마·박막 증착·클리닝 기술을 본더 플랫폼에 접목하는 등 기술 경쟁력도 보강하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하이브리드 본더 분야에서 먼저 성과를 냈다. 2021년부터 SK하이닉스와 협력해 1세대 장비를 개발·공급했고, 현재는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중 주요 고객사의 품질 테스트(QT)에 투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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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HBM4용 TC 본더4. [사진=한미반도체] |
업계에서는 한미가 대규모 투자로 본격 진입을 준비하고, 한화는 초기 레퍼런스를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면서 양강 구도가 점차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전송 효율과 집적도 향상을 위해 하이브리드 본딩은 사실상 필수 기술이 될 것"이라며 "HBM6 양산을 기점으로 두 회사 간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