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주택에 배관 공사 어려움 문제 지적
피난시설 확보·경보시설 강화 등 주장 제기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서울 마포구 창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노후 아파트의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11분 마포구 창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검은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최초로 접수돼 10시 42분쯤 소방인력 252명이 불길을 잡았다.
당시 집에는 60대 부부와 20대 아들 세 가족이 있었다. 아들은 현장에서 숨졌고 어머니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아버지는 등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다.
해당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소방시설 기준은 노후 아파트의 일부 층수 이상이나 일정 규모 이상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로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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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천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는 전날 오전 8시 11분께 화재가 발생해 모자 관계인 20대 남성과 60대 여성 등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2025.08.18 mironj19@newspim.com |
지난 6월과 7월에도 부산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각각 2명이 사망한 사고 역시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아파트였다.
1992년에 아파트 16층 이상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고 지난 2005년 11층 이상의 아파트 전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2018년도에는 6층 이상의 건물 전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는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 이에 지난 1998년 준공된 이번 창천동 아파트에는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2004년 이전 지어진 노후 공동주택 4만4000여곳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35% 수준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모든 공동주택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파트, 연립·다세대주택 등 모든 층에는 간이 스프링클러 설비가 화재 안전 기준에 따라 설치돼야 한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새로 지어지는 공동주택뿐만 아니라 기존 건축물에도 소급 적용되며 법 시행 2년 이내에 설치가 완료되도록 했다.
그러나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가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프링클러 설치를 위해서는 기존의 수도 배관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후 아파트 등 오래된 공동주택은 천장고 부족, 배관 설비 미비, 내벽 구조 등 스프링클러 설치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도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간이 스프링클러라고 해도 수백 세대에 연결되는 수도배관을 새로 설치해야 해 비용과 함께 안전 문제, 공사 기간 동안의 거주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방재학회에서는 스프링클러 의무화보다는 피난시설과 경보기, 주택 구조보강 등의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변수남 동의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간이 스프링클러는 말 그대로 벽에 공사를 해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이다. 누수가 될 수도 있고 공사 중 문제 발생 시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배터리를 넣어 작동하게 하는 단독 경보형 감지기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연기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화재를 알아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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