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독립성 시험대…정책 방향·시장 충격에 촉각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이번 주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회의에서는 시장 예상대로 금리가 동결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감은 짙게 드리울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30일(현지시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폭넓게 예상 중이며, 첫 금리 인하는 9월 17일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 경제 자체의 위험 요소는 그리 크지 않은 상태로, 노동시장은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연준의 2% 목표는 소폭 상회하지만 비교적 안정적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 자체가 금리와 관련해서 중대한 분기점이 되진 않을 전망이다.
다만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건물 방문 이후 이번 회의는 연준의 독립성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운명을 결정할 중대 이벤트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무엇보다 회의 후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최대 관심사다.
연준이 백악관에 종속되는 시그널이 시장에 퍼지면, 미국 경제와 대출 금리 전체에 막대한 충격파가 올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 전방위로 압박 수위 높이는 트럼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해임 옵션에서는 다소 물러난 태도를 보였지만, 금리 인하 압박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주 개보수 공사가 진행 중인 워싱턴 D.C. 연준 본부를 방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이 금리를 인하할 준비가 됐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나는 그가 금리를 내렸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했다.
나티시스 CIP 아메리카스의 크리스 호지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이고, 동시에 9월 인하 기대감을 시장에 심으려는 전략"이라며, 이런 압박이 파월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 압박은 다방면에서 진행 중으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주 연준의 25억 달러 프로젝트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며, 통화정책 외 영역에 대한 "철저한 내부 검토"를 요구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최근까지 정부 효율성 담당 고문으로 일했던 아조리아 캐피탈은 이번 주 FOMC 회의를 대중에게 공개하도록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연방법원은 이날 그 요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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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7.25 mj72284@newspim.com |
◆ 파월 기자회견에 '시선집중'
시장은 트럼프의 연준 장악 시도와 연준의 독립성이 흔들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제임스 불라드는 현재 연준과 백악관의 관계가 '팔길이 거리'(arm's-length, 일정 거리가 있는 독립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급격한 변화를 즉각 지시할 수는 없고, 시간에 걸쳐 영향력을 미치는 것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으로, 파이퍼 샌들러의 글로벌 정책 및 자산배분 총괄인 벤슨 더럼은 지난주 연준을 사전 통보 없이 언론에 공개하며 방문한 것도 백악관이 연준에 압박을 가하려는 '정치적 퍼포먼스'라고 해석했다.
마켓워치는 만약 시장이 연준이 독립성을 잃었다고 느끼면, 그 파장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시장이 연준을 백악관의 하위기관으로 인식하면, 주택담보대출이나 자동차 할부금리 등의 대출 이자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체는 또 이번 기자회견에서 파월에게 쏠릴 가장 큰 질문은 금리 수준이 아니라, 바로 파월이 의장 임기(내년 5월 종료) 이후에도 연준 이사로 남을 것이냐는 점이라고 짚었다.
파월은 이사직만으로도 2028년 초까지 남을 수 있지만, 트럼프는 이 자리를 자신이 임명한 인사로 채워 연준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더 확대하려 하고 있다.
더럼은 트럼프의 연준 방문도 "파월을 불편하게 해 의장직 임기 종료와 동시에 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만드는 '심리적 압박 작전'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스 대표이자 전 연준 고위직 출신인 줄리아 코로나도는 트럼프의 압박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파월이 쉽게 몰리거나 외압에 흔들린다는 사고방식은, 지금껏 우리가 파월에 대해 아는 모든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도는 이번 주 기자회견에서 파월은 9월 회의가 실제 금리 인하 결정을 논의할 자리가 될 것임을 시사할 것 같다면서, 다만 금리 인하 여부는 여전히 경제지표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오는 9월 16~17일 회의 전까지 두 차례 고용보고서와 두 번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남아 있다.
현재 파생상품(선물) 시장 트레이더들은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65%로 보고 있고, 불라드 전 총재도 본인은 9월 인하에 '베팅'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9월은 너무 이르고, 12월 인하가 더 가능성 있다고 판단 중이다.
바클레이즈 시니어 미국 이코노미스트 조너선 밀러는 "8월, 9월, 10월로 가면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더 세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그 경우 연준이 12월에도 인하하기 어려워지고, 사실 12월 인하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