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2일(현지시간) 영국을 제외한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무역 협상이 뚜렷한 진전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 또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보다 2.24포인트(0.41%) 내린 544.34로 장을 마쳤다. 이 지수는 최근 8거래일 중에서 7거래일 하락세를 보이며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265.90포인트(1.09%) 떨어진 2만4041.90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53.81포인트(0.69%) 하락한 7744.41로 마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1.45포인트(0.00%) 물러선 4만165.15에 장을 마쳤다.
반면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0.82포인트(0.69%) 상승한 9023.81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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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증권거래소[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EU 협상은 답보 상태를 이어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전날 "무역 협상에서 합의를 서두르지 않겠다. 빠른 합의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발언한 가운데, 유럽 쪽에서는 협상 불발 시 더 광범위한 보복 조치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티인덱스의 선임 금융시장 애널리스트 피오나 신코타는 "만약 미국이 실제로 30% 관세를 EU에 매기고, 이에 맞서 EU가 잠재적인 보복 조치를 취한다면 이미 매우 취약한 성장 전망을 가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주 후반에 발표될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결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신코타 애널리스트는 "ECB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실상 손발이 묶인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날 잇따라 발표된 기업 실적 중에는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사례가 많았다. 이번 실적 발표는 특히 무역 불확실성과 유로화의 최근 급등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유럽 지역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 실험실 용품 제조업체인 사르토리우스 스테딤 바이오텍은 상반기 매출이 1489억 유로를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4%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예상치 1490억 유로에 살짝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8.1% 급락했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향료·향수업체 지보단(Givaudan)은 올해 스위스 프랑이 14%나 오르는 바람에 상반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5.4% 하락했다.
스위스 은행 줄리어스 베어도 상반기 순이익이 대출 손실 충당금과 자산 관리 부문의 매각으로 인한 비용 부담 등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주가가 2.1% 떨어졌다.
세계 도료(페인트) 분야 1위 기업인 악조노벨은 2025년 핵심 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3.4% 하락했고, 스위스 초콜릿 제조업체 '린트 운트 슈프륑글리는 초콜릿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반기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6.4% 내렸다.
영국 식품 서비스 업체 컴퍼스 그룹은 유럽 프리미엄 식품 서비스 기업 베르마트 그룹을 15억 유로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며 5.4% 올랐다.
한편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미국 내 제조 및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