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농작물 침수·가축 폐사 피해 눈덩이
[무안·광주=뉴스핌] 조은정 기자 = "비가 또 쏟아졌다. 또 모든 것이 쓸려갔다. 지겹도록 내리는 비에 담장을 아무리 높이 쌓아도 소용없다. 결국 또다시 모든 것이 물에 휩쓸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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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이휘경 기자 = 20일 오전 광주 북구 석곡동 용호 마을에서 주민들이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독자제공] 2025.07.20 hkl8123@newspim.com |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600㎜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광주와 전남 지역을 덮쳤다. 세찬 빗줄기는 도심과 농촌을 가리지 않고 파고들었고 곳곳이 침수와 실종, 그리고 절망과 혼란으로 얼룩졌다. 이른 아침 피해 현장에 들어서니 복구 작업이 한창이지만 주민들의 한숨과 참담함은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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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조은정 기자 = 17일 오후 집중호우로 광주 북구 신안동을 흐르는 서방천이 범람하면서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과 주택 등이 물에 잠겨 있다. [사진=독자제공] 2025.07.17 ej7648@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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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조은정 기자 = 17일 광주 북구 용봉동 북구청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2025.07.17 ej7648@newspim.com |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
광주 북구 신안동. 이곳에는 무너진 담벼락과 진흙투성이 가재도구, 침수로 고장난 가전제품들이 도로 옆에 줄줄이 쌓여 있다. 이틀 전, 빗물이 가슴팍까지 차오르자 김상진(64) 씨는 온 가족과 함께 가까운 친척 집으로 밤을 피해갔다. "막막하고 괴로워요. 동네가 계곡이 된 것 같았죠. 어제는 너무 무서워서 집에 머물 엄두도 못 냈어요"지친 목소리의 김 씨는 허탈하게 고개를 떨군다.
17일 광주에는 하루 426.4㎜가 쏟아져 1939년 이후 역대 최고 일 강수량 기록을 세웠다. 같은 기간 전남 광양 백운산 602.5㎜, 담양 봉산 540.5㎜, 광주 527.2㎜, 구례 성삼재 516.5㎜, 나주 508.5㎜ 등 대부분 지역에서 7월 한 달치 비가 단숨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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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조은정 기자 = 사흘간 광주 전역에 쏟아진 폭우로 20일 광주 서구 쌍촌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배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07.20 ej7648@newspim.com |
◆쉴 틈 없는 복구·속 타는 시름
해가 떠오르자마자 주민들과 자원봉사자, 군인들이 복구 작업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박모(66) 씨는 "차가 집 앞에서 5미터나 떠내려왔어요. 집 안은 진흙 범벅인데 치우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요"라고 말했고, 김명순(55) 씨 역시 "정리를 어디서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또다시 비가 오면 어쩌나 두렵기만 해요"라고 털어놓았다.
신안동에 오래 살아온 김모(61) 씨는 과거를 떠올리며 "어릴 적에도, 2020년에도 이렇게 집이 침수됐는데 대책이 전혀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저류 시설이 미처 완공되지 못한 탓에 매해 수해의 고통을 되풀이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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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조은정 기자 = 사흘간 광주 전역에 쏟아진 폭우로 20일 광주 북구 신안동 신안교 인근 마을 곳곳에는 젖은 가전제품과 가구가 마치 작은 산처럼 쌓여 있다. 2025.07.20 ej7648@newspim.com |
◆곳곳 상흔, 여전한 불안
이번 폭우로 광주에서는 건물 침수 263건, 차량 침수 124등 각종 시설물 피해도 1300건을 넘겼다. 도로, 하천, 저수지 등 기반 시설의 손상도 컸다. 전남에서도 도로 13건, 하천 211건 , 저수지 7건 등 300건이 피해를 입었다. 가축 23만여 마리가 폐사하고, 농경지 6300헥타르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광주 신안동·북구 석곡동, 전남 순천 등에서는 실종 신고 3건이 접수됐다.
식수 부족, 상수도 단수, 체육 시설 침수, 대규모 농업·축산 재산 피해까지 행정 당국은 군·경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과 응급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상을 잃은 이재민들의 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ej764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