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20일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이 비개선 의석을 포함해 과반(125석)을 밑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만약 큰 폭으로 과반을 잃게 될 경우,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장악력은 더욱 약화되고, 정권은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된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최대 쟁점은 물가 상승 대책이다. 여당은 현금 지급을 내세운 반면, 야당 각 당은 소비세 인하를 주장했다. 이 외에도 외국인 정책, 미국의 관세 조치, 쌀값 급등 대응책, 사회보장 제도 개혁 등을 둘러싸고 논전이 오갔다.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비개선 의석과 합쳐 50석만 확보하면 과반 유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판세를 보면 과반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JNN은 14일 발표한 중간 판세에서 여당이 과반을 잃을 가능성을 지적했으며, 아사히 신문도 15일자 조간에서 "엄중한 정세"라며 여당이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18일 블룸버그 통신은 여당의 과반 붕괴 시 예상되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이시바 정권이 중대한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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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총리 [사진=블룸버그] |
◆ 이시바 총리 유임, 중·참 양원서 소수 여당
참의원 선거는 중의원 선거와 달리 선거 후 총리 지명 선거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과반을 잃더라도 이시바 총리가 직을 유지할 수 있으나, 정권 기반은 한층 약화된다.
미국의 추가 관세 발동이 8월 1일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관세 협상의 분수령을 넘기 위해 당장은 유임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법안과 예산안 통과를 위해 여야 간의 조율이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 스스로 과반 확보를 필수 목표로 내세웠던 만큼,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자민당 내에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요미우리의 판세 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은 24~39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과거 최악의 결과였던 1989년 우노 소스케 정권 하에서 기록한 36석도 밑돌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대폭으로 과반을 잃는다면 이시바 총리의 거취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며, 정권을 유지하더라도 야당이 단합할 경우 중의원에서 내각 불신임안이 가결될 위험이 지속된다.
1994년 4월 출범한 하타 쓰토무 내각은 총리 지명 선거에서 사회당 등의 지지를 받았으나, 내각 출범 직전에 사회당이 연립에서 이탈해 중·참 양원에서 과반을 잃었다. 이후 6월 내각 불신임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하타 총리는 사임을 표명했고, 약 두 달 만에 단명 정권으로 막을 내렸다.
◆ 연립 정권 확대 모색
당분간은 정책 과제별로 각 당과 협의하며 법안과 예산안 등의 처리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의 원활한 의사 결정을 위해 자민·공명 양당이 일부 야당과의 연립을 모색하는 시나리오도 예상된다.
2024회계연도 추경예산에 찬성했던 국민민주당이나, 올 회계연도 예산안에 찬성했던 일본유신회가 유력한 파트너로 거론된다. 연립 교섭 결과에 따라 자민당 외의 당 대표가 총리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0일 BS후지 프로그램에서 "속도감 있게 제대로 된 해답을 제시하는, 그런 정치의 모습이 모색될 수도 있다"고 말해, 정권 틀의 확대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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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사진=블룸버그] |
◆ 야당 단결로 정권 교체
이시바 총리가 유임하더라도, 야당이 단결해 내각 불신임안을 가결하면 헌법에 따라 총리는 10일 이내에 중의원 해산 또는 사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어느 경우든 자민당은 정권 상실의 위험에 직면한다.
불신임안 제출 시기는 필요한 정족수(51명 이상)를 보유한 입헌민주당의 판단에 달려 있다.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거리 유세 등에서 여당을 참의원에서도 과반 이하로 만들 경우, 가을 임시국회에서 야당이 협력해 휘발유세 잠정세율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0일 방송에서는 야당 연립정권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잠정세율 폐지 등 야당 주도의 법안 성과를 쌓고 기본 정책에서 최소한의 합의가 가능해진다면 연계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 이시바 내각 퇴진, 자민당 새 총재 선출
이시바 총리가 사임하면 자민당 총재 선거를 통해 새 총재가 선출되고, 총리 지명 선거에 임하게 된다.
작년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결선 투표를 벌였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등이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새 총재가 총리에 오르더라도 소수 여당 상태는 변하지 않으며, 어려운 정국 운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