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이 재무장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독일이 방산업계를 향해 "무기 생산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방산업계가 더 이상 불평할 이유가 없다"며 "그들은 이제 자신들이 서비스 제공(무기 생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등장한 새 정부가 재정준칙까지 바꾸며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고 국내 방산업계에 대한 대대적 지원에 나선 만큼 정부의 지원이나 예산 부족 등을 탓하지 말고 속도감 있게 무기를 생산해야 한다는 주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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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이 작년 8월 2일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유엔사 연병장에서 열린 독일의 유엔군사령부 가입 기념식을 마친 뒤 유엔사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8.02 photo@newspim.com |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유럽 안보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약화되고 있고, 러시아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산업계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지난 2월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의 주도로 국방예산에 관한 한 한도에 제한 없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재정준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은 오는 2029년까지 연간 국방비를 올해보다 70% 증액한 1620억 유로(약 260조원)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불행히도 일부 (무기 증산) 개별 프로젝트에는 여전히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모든 것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다가도 갑자기 지연이 발생하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산업계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탄약과 드론, 탱크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한때 12개 포대에 달했던 패트리엇 방공시스템도 현재는 6개 포대로 줄었다고 말했다. 3개 포대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했고 2개 포대는 폴란드에 임대했으며 최소 1개 포대는 정비나 훈련에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 숫자는 정말 너무 적다. 특히 우리가 달성해야 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전력 목표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패트리엇 시스템이 없다고도 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국방부가 2030년대까지 탱크와 잠수함, 드론, 전투기 등의 장비 조달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이에 대해 "보수파 총리인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독일군을 유럽 최강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 9일 독일의 나토 가입 70주년 기념식에서 최근 독일이 국방비를 대폭 증액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몇 년 안에 독일군을 유럽연합(EU) 내 가장 강력한 재래식 군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재래식 군대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군대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