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적대노선 따라 접촉 거부
최장 넉 달 넘게 남측에 머물러
"말뿐인 '애민정치' 허구 드러나"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남한 측 수역으로 표류한 뒤 북송을 희망했지만 북측의 무성의한 태도로 뜻을 이루지 못했던 주민 6명이 9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무사히 귀환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 주민을 태운 선박이 오전 8시 56분께 동해 NLL을 넘어섰고, 9시 24분께 북한 경비정과 만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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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남측으로 표류했다 장기 체류해온 북한 주민 6명이 9일 오전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측으로 귀환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2025.07.09 yjlee@newspim.com |
이들 주민 가운데 2명은 지난 3월7일 서해상에서 표류하다 구조됐다. 또 4명은 5월 27일 동해상에서 구조됐다.
각각 124일과 43일만으로, 단순 표류 주민의 북송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장기화된 경우다.
관계당국은 합동신문 등을 통해 이들에게 대공용의점이 없고 북한으로의 귀환을 원하는 점을 확인하고 북측에 북송을 위한 협의에 나서줄 것을 알렸다.
하지만 북한은 아예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김정은의 이른바 '대남 적대시' 노선에 따라 경직된 태도를 보여온 북한 군부와 노동당이 자기 주민까지 나몰라라 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판문점을 통한 송환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으나 북측의 거부로 인한 충돌 가능성 등을 우려해 결국 NLL상에서 북한쪽으로 주민을 태운 선박을 밀어넣는 방법을 쓰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기관고장으로 운항이 어려운 서해 표류 선박과 달리 동해상에서 구조된 선박의 경우 자력 운항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물론 관계당국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르는 상황이었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인도적 차원의 북송이지만 6명의 주민을 태운 배가 기관고장 등 문제가 생기거나 북측 경비정의 오인사격으로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통일부와 군 당국은 언론브리핑을 통해 북송 원칙과 의사를 북측에 알렸고유엔사 등 채널로 해상인도 방식을 취할 것임을 통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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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북한군 특수부대의 훈련을 참관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제11군단장 리봉춘, 노광철 국방상, 전투훈련국장 오광식, 김정은, 총참모장 리영길, 강순남 국방성 제1부상(전 국방상). [사진=조선중앙통신] 2025.04.16 yjlee@newspim.com |
통일부 당국자는 "송환 시점에 북측 경비정이 인계지점이 나왔고 북한 선박은 자력으로 귀환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도 대북 감시망 등을 가동해 북한 측의 동향과 선박 인수 상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 그룹에서는 이런 북한의 움직임을 이재명 정부의 대북접근에 호응하려는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직후 휴전선 일대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이 남측 주민들을 괴롭히기 위해 틀던 야간 소음송출을 중단한데 이어 우리 측에 연이어 화답해 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이 지난해 초부터 대남비방과 적대노선을 주도하며 '대한민국은 제1 주적' 운운하는 호전적 행보를 해왔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일각의 섣부른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대남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남한과의 접촉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 표류 주민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버틴 북한이 대북접근에 호응할 것이라 낙관하는 건 어불성설이란 얘기다.
좀 더 신중한 자세로 북한의 의도와 관련 동향을 살피며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일방적 파기 행보로 무력화된 9.19군사합의 복원이나 통일부 명칭에서 '통일 지우기' 등이 모두 김정은에게 잘못된 사인을 줄 것이란 우려에서다.
북한으로 돌아간 표류 주민들은 혹독한 조사와 사상교육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의 체류 기간 중 직접 확인한 한국 사회의 발전상에 동요되거나 북한 내부에 이를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속칭 '물빼기' 작업이 철저히 이뤄질 것이란 게 북한 사정에 밝은 고위 탈북인사들의 귀띔이다.
노후한 선박에 주민을 태워 어로작업 등에 내몬 것도 모자라 표류 및 남한 체류 장기화에도 눈감은 김정은에 대한 비난 목소리도 나온다.
한 탈북단체장은 "김정은의 애민정치 운운하는 모습이 모두 허구라는 게 이번 주민 표류 사태를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