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비영리법인 채권 매입 허용 입법예고
원금 3~5% 수준 매입, 채무자 원금 7%만 상환하면 탕감
금융 약자 재기 지원에 강점, 리스크 관리·세금 형평성 문제 한계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금융위원회가 최근 비영리법인의 개인금융채권 매입을 허용하는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배드뱅크의 모습이 과거 '주빌리은행' 방식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비영리법인의 개인금융채권 매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에는 개인금융채권을 정부기관과 금융사만 매입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비영리법인도 가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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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아랑 미술기자] |
금융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배드뱅크 설립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원래 불법추심으로 이어질 우려에 따라 좀 엄격하게 법제화가 된 측면이 있다. 비영리법인이 매입해도 이 같은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봐서 허용하는 것"이라며 "배드뱅크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시민단체 등을 주축으로 한 '주빌리은행'을 설립해 총 3405명의 채권 171억7700만원을 소각하는 등 성과를 거둔 바 있어 이 같은 방식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주빌리은행 방식은 기존 부실채권 정리방식과 달리 단순한 빚 소각을 넘어, 채무자 상담과 교육을 통해 재기와 자립을 지원한다. 민간 기부금이나 후원금으로 부실채권을 원금 대비 3~5% 수준으로 매입한 후 채무자가 원금의 7%만 상환하면 나머지를 탕감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부실채권 처리 방식이었던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의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정리가 금융기관 보유 채권을 대량 매입했던 것에 비해 보다 개인 취약계층이나 장기연체 소액채권에 집중한다.
캠코 방식이 회수율과 실적 중심으로 운영해 실익없는 장기 채권의 소각보다는 회수에 더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에 비해 금융 약자의 재기와 자립 지원에 강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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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2025.06.13 dedanhi@newspim.com |
그러나 주빌리은행 방식은 한계도 만만치 않다. 우선 비영리법인으로 금융기관이 아니므로 민간 기부금이나 시민 모금 등으로 운영돼 정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대형 대부업체나 금융기관이 채권을 기부하거나 헐값에 매각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예전만큼 효율적으로 대규모 부채를 처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장기 부실채권을 매입해도 실제로 채무자가 상환 의지가 없거나 상환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자발적 상환에 기반한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 재정으로 이를 메울 경우 세금 사용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배드뱅크 주체가 비영리 법인보다는 회수에 중점을 둔 캠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빌리은행은) 금융 전문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거기서 매입하게 되면 리스크 관리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배드뱅크는 캠코나 신용회복위가 주가 돼야 하고, 소각도 담보는 빼고 신용 부분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탕감 자체는 필요하지만, 자영업자가 아닌 사람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빚을 내면 정부가 갚아주는 방식으로는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라며 "일회성으로 조정하되 담보 부분은 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꼭 영리기관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기존에 했던 캠코 방식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배드뱅크 방식도 정부가 공개적으로 설립한다고 떠들썩하게 할 것이 아니라 가급적 차주들이 성실하게 빚을 상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정부나 민간 금융기관의 부실이 심화될 경우를 대비해 효과적으로 짧은 시간 내 부실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정부가 대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지 배드뱅크 활성화가 주는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