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의지
대규모 주가조작도 집유…시장 불신 키워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한 번만 적발돼도 퇴출시키겠다는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천명하고 나섰다. 단순한 경고를 넘어, 그간 반복돼온 솜방망이식 처벌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는 대체로 원스트라이크아웃제의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실질적으로 추산하기 어려운 부당이득 규모 산정 방식을 체계화하는 한편, 벌금 수준도 최소 10배 이상은 올려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주가조작이나 내부자 거래 등 불공정거래는 단 한 번의 적발로도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며 "무관용 원칙을 기반으로 증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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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6.11 photo@newspim.com |
특히 부당이득 환수, 과징금 확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도 함께 언급하며 구체적인 실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주식시장에서 불법을 저질러 돈 버는 일이 결코 용남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 행위로 부당한 이익을 챙긴다면 그 몇 배에 달하는 금액을 환수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제도적, 행정적 수단을 총동원해 불법과 부정이 주식시장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가조작 행위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지난해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시행됐으나 부정거래 행위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적발된 불공정거래 혐의 건수는 총 98건으로, 전년 대비 1건 감소되는 데 그쳤다.
혐의 유형별로는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이 59건으로 가장 높았으며, 부정거래 18건, 시세조종 16건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공개매수 실시 관련 호재성 정보 이용 사건이 다수 발생하면서 미공개정보이용 혐의통보 건수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주가조작이나 내부자 거래 등 중대한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수차례 적발되기 전까지는 과태료나 경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해 기소된 사건 중 집행유예자는 2020년도 40.6%, 2021년도 61.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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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AI생성이미지] |
실제로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기고도 대부분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0년대 초반 루보 사건이 있다. 주가조작으로 1100억원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조직이 적발됐지만, 주범은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10억원 수준만이 부과됐다.
2023년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는 주범인 라덕연 대표가 징역 25년, 벌금 1465억원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라 대표와 함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은 징역 3~6년 수준에 그쳤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역시 주범 상당수는 집행유예에 그쳤다. 157개 차명계좌를 통해 636억원 어치 주식을 거래하며 조직적 시세조종을 저지른 혐의를 받은 권오수 전 회장은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 선고에 그쳤고, 전주 손 모 씨를 비롯한 관계자들고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처럼 '솜방망이' 처벌 사례가 늘다보니, 일각에서는 '한 탕하고 잠깐 나오면 된다.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시장 불신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적인 문제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복되는 주가조작 사태와 솜방망이 처벌은 국내 시장의 리스크를 높이고 시장 참여자에게 불신을 주는 요소"라면서 "실질적인 억지력을 갖춘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한시라도 빨리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와 불법공매도가 적발되면 처벌 규정을 강화해, 한번이라도 발각되면 범죄자가 주식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다. 이를 위해 업계에서는 보다 강도 높은 처벌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인 억지력 확보를 위해 부당이득의 ▶ 전액 환수는 물론 ▶ 징벌적 과징금과 손해배상 강화 ▶ 불공정거래 전력자의 금융권 재취업 제한 ▶금융회사 차원의 책임 부과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형사처벌과 벌금 수준 모두 실효성이 낮은 수준"이라면서 "벌금 수준을 최소 10배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불공정거래에는 무관용으로 일벌백계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가조작으로 얻은 부당이익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 검찰이 입증 책임을 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복잡하다"면서 "금액 추정치가 존재하면 상한선 기준으로 산정하고 그 이상 패널티를 부과해야 실효성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불공정거래 적발 시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속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책임도 분명히 물을 수 있어야 실효성이 생긴다"고 언급했다. 이어 "거래소·금감원 차원의 공시 시스템을 강화해 불공정거래 이력이 업계 전반에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며 "단순한 법 개정보다, 금융 생태계 전반에 불공정 행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