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감산 지속하며 수익성 방어… 하닉은 HBM 생산↑
관세 사재기 수요에 메모리 가격↑… 2Q 실적 기대감↑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시장에서 상반된 전략을 택한 가운데, 사재기 수요와 가격 급등이 겹치며 양사 모두 2분기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감산 기조를 유지하며 수익성 중심의 전략에 방점을 찍었고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생산 확대를 통해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 가격 급등에 실적 상향… 배경은 '관세+감산+선구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평균 6조86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보다 9% 오른 수치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조7538억원으로, 같은 기간 20% 넘게 상향 조정됐다.
이같은 실적 기대감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DDR4 8Gb 1Gx8)의 5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27.3% 상승한 2.1달러를 기록했다. 4월에도 22.2% 오르며 두 달 연속 20% 이상 급등했다.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반도체 업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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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정책과 90일 간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있다. 관세 부담을 피하려는 글로벌 PC·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앞다퉈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시장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불어난 것이다.
◆ 삼성 감산 유지, 하이닉스는 HBM 확대로 점유율 선두
삼성전자는 이같은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도 보수적인 감산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하반기 경기 화성 일부 D램 라인의 웨이퍼 투입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시장에서는 D램 1위 탈환을 위해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늘릴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수익성 중심 전략이 우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의 1분기 D램 매출은 91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19.1% 줄어들었고, 시장 점유율은 33.7%에 머물렀다. 이는 HBM3E 제품 출하 지연과 일부 국가에 대한 수출 제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하반기에는 불확실한 수요 전망과 미국발 관세 변수 등을 고려해 당분간 생산 확대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수요 증가에 발맞춰 공격적인 증산에 나서고 있다. 1분기 기준 D램 시장 점유율은 36%로 삼성전자를 앞질렀으며, 매출은 97억1800만달러를 기록했다. HBM3E 출하가 확대되면서 평균판매단가(ASP)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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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천 M14 전경 [사진=SK하이닉스] |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전체 D램 매출 가운데 HBM 비중이 4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는 현재의 가격 급등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실제로 반도체·IT 기기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글로벌 소비 심리 위축과 함께 메모리 수요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D램 가격도 하반기에는 조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