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7차 공표에 내추럴엔도텍 주식 10분의 1 토막
대법 "다수 부적절해 보이는 부분 있으나 손해배상 책임은 없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10년 전 건강식품업계와 코스닥 시장을 뒤집었던 이른바 '백수오 파동'의 마지막 소송이 한국소비자원의 승소 확정으로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당시 소비자원 공표에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해당 공표와 원고의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김모 씨 등 18명이 한국소비자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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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코스닥 상장회사인 내츄럴엔도텍은 2015년 백수오, 속단, 당귀 등 한약재를 함께 우려낸 복합 추출물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판매했다. 그리고 한국소비자원은 같은 해 4월 '시중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 - 60% 이상의 백수오 제품에서 식품에 사용 금지된 이엽우피소 검출 -'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공표했다.
해당 자료에는 백수오 제품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으나 시중 유통 제품의 대부분이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이엽우피소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이엽우피소는 간독성, 신경 쇠약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어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내츄럴엔도텍의 반박과 소비자원의 재반박 등이 이어졌다. 소비자원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 결과 내츄럴엔도텍이 이엽우피소를 고의로 혼입하거나 혼입을 묵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소비자원의 1차 보도자료 공표 전날 종가 기준 8만6600원이었던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7차 공표 이후 8550원까지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에 김씨 등 주주들은 소비자원이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 없이 백수오 제품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했고, 이로 인해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며 소비자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소비자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소비자원은 정성적 검사방법인 대한민국약전생약규격집 등재 유전자검사법과 농림수산기술기획평가원(IPET) 유전자검사법을 통해 이엽우피소 검출 여부를 확인했다"며 "이는 당시 이엽우피소의 혼입 여부를 확인하는 평가 방법으로 널리 활용되던 것으로서, 검사 방법의 이용이 과학적·객관적 합리성을 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공기관인 소비자원은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데 더욱 주의했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1차 공표는 다소 과장에 불과하다고 보여, 공표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으며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이 사건 각 공표 당시 소비자원은 내추럴엔도택 제품에 포함된 이엽우피소의 양이나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경위를 확인한 바 없다"며 원심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내추럴엔도택이 원가 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백수오를 이엽우피소로 대체했다고 단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 역시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백수오 원료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비율이나 내추럴엔도택이 이엽우피소 혼입에 대한 검사 시스템을 운용·개선해 온 사정 등을 고려하면 이엽우피소 혼입에 어떠한 의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특히 각 공표에서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 '이엽우피소를 원료로 사용', '가짜 백수오를 백수오로 둔갑시켜' 등의 다소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한 점 등까지 종합하면, 이 사건 각 공표는 중요한 부분에 대해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실히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도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다거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소비자원의 각 공표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판결은 허위사실의 인정 여부와 행정상 공표의 위법성 조각사유 및 그 증명 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소비자원의 손해배상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각 공표와 원고들 주장의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위법한 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2심은 각 공표 행위에 위법성이 있더라도 그 위법행위의 상대방 및 그로 인해 손해를 입은 직접적인 피해자는 각 공표의 대상자인 소외회사이고, 주주인 원고들은 소외회사의 자산가치 상실로 인해 주가 하락이라는 반사적 손실을 입은 것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유로 공표와 원고들이 주장하는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다소 부적절해 보이는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각 공표 행위와 원고들 주장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결론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