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던 2000억원 규모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전량이 중국의 IT 공룡 기업인 '텐센트' 산하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에게 넘어갔다. K팝 음반 시장의 3대 '큰 손'인 중국이 국내 기획사의 지분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 중국 자본과 만난 K팝…현지 이벤트 확장 가능성 커졌다
지난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브는 보유 중인 SM엔터 지분 전량에 해당하는 221만2237주(9.38%)를 텐센트에 매각했다. 매도가격은 주당 11만원으로, 총거래 규모는 2433억여 원이다. 하이브는 2023년 2월 SM 경영권 확보를 위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4.8%를 총 4228억원(주당 12만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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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엔터테인먼트 본사 모습. [사진=뉴스핌DB] |
이후 SM 지분 매각을 꾸준히 추진했고, 카카오가 실시한 주당 15만원 공개매우세 절반가량을 매각했다. 그리고 이번에 남은 지분 모두를 텐센트에 넘기며 SM 지분 투자에 마침표를 찍었다.
텐센트는 이번 SM 지분 인수를 통해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이은 SM엔터 3대 주주가 됐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공동체인 점을 감안하면 텐센트는 사실상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 셈이다. 이에 SM은 하이브와 불편한 동거를 끝마치고 텐센트와 긴밀한 협력 체제를 강화하게 됐다.
텐센트는 이미 자회사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4.30%), 카카오엔터테인먼트(4.61%) 등 K팝 관련 대형 기획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텐센트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5억5000만명을 보유한 중국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자다. 산하에 QQ뮤직, 쿠거우뮤직, 쿠워뮤직 등을 운영하고 있다. SM은 지난 2019년 텐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초에는 텐센트뮤직과 텐센트 산하 QQ뮤직과 손잡고 SM 창립 30주년 관련 다양한 프로모션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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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콘서트 현장. 사진은 내용과 무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5.27 moonddo00@newspim.com |
SM 소속 가수 중에는 중국 국적 멤버가 다수 포함돼 있고, WayV 등 중국에서 활동 중인 현지 그룹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 만큼 텐센트와의 동행이 시너지가 될 전망이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텐센트 뮤직엔터테인먼트와 협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는 짧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QQ뮤직이나 쿠거우뮤직 등 중국 대표 음원 플랫폼을 운영하는 텐센트뮤직은 2023년 고위급 인사를 한국에 파견해 국내 주요 기획사와 접촉한 바 있다. 국내 기획사의 경우 중국과 손을 잡으면 대규모 유통망을 활용해 현지 시장 진출이 이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한한령 빗장이 풀리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중국 현지 공연도 더욱 유리해질 전망이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내 K팝 아티스트 팝업스토어의 지역 확장, 팬들과 접촉하는 다양한 행사·이벤트·전시회가 다수 개최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텐센트가 카카오뿐만 아니라 SM엔터에도 투자를 진행한 만큼 향후 중국향 사업 기회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중국, K팝 음반 수출액 242억…K팝 음반 시장의 3대 '큰 손'
중국은 여전히 한국이 놓칠 수 없는 거대 시장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일본, 미국과 함께 K팝 음반 시장의 3대 '큰 손'으로 불리고 있다. 올해 1~4월 대 중국 음반 수출액은 1761만4000달러(한화 약 242억원)로, 지난해 동기 431만 달러(약 59억원)대비 308.7%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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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스트레이키즈. [사진=뉴스핌DB] |
또한 지난해 국가별 음반 수출액 순위에서 중국은 일본, 미국에 이어 5979만 달러(약 868억원)로 3위를 기록했다.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수치를 기록한 것은 중국 내 K팝 팬덤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요 기획사들 역시 중국을 놓칠 수 없는 만큼, 중국의 빗장이 풀리는 틈을 타 음반 및 음원 판매와 본토 공연의 기회를 잡으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텐센트의 경우 국내 기획사와 접촉을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는 중국에서도 K팝 기획사들과 여러 이벤트를 열겠다는 의지이자 현지 K팝 팬덤이 점차 커지고 그 규모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K팝이 글로벌적으로 무대를 넓힌 만큼 중국 역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K팝 시장을 교두보로 사용하기에 용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한령이 해제되고 지금처럼 중국과 동행하는 일이 많아지면 중국 내에서도 K팝 음반 판매 수치도 지금보다 더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