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소비 동반 둔화…설비투자도 지지부진
13대 산업 'IT·조선' 빼고 대부분 부진 예상
美 관세·中 경쟁 심화…국내 수출 직격탄
국내 기업들, 해외 생산 확대에 대응 고심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올해 우리 경제가 1%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출·투자·소비 전반이 부진해 경기 반등의 동력이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 강화와 중국의 공급 확대 등 대외 리스크가 수출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가운데, 내수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고금리 여파로 회복세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신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산업에서 수출과 생산이 줄줄이 감소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27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국내 경제는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른 교역 둔화 등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신정부 출범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연간 1% 내외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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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거시경제지표 전망 [자료=산업연구원] 2025.05.27 rang@newspim.com |
◆ 수출 감소 전환…1분기 건설투자,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 감소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은 반도체·정보통신기기·바이오헬스 등 일부 품목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의 단가 하락과 세계 교역 둔화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3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수출이 뚜렷한 역성장세로 전환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산업연은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등에 대한 견조한 수요가 일부 수출을 견인할 것"이라면서도 "미·중 무역 분쟁과 수출 경쟁 심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건설투자는 올해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12.2%를 기록하며 외환위기(1997~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미분양 증가와 부진한 착공·인허가 실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4.7% 감소가 예상된다. 구조적 문제의 누적이 실물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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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투자 선행지표 추이 [자료=산업연구원] 2025.05.27 rang@newspim.com |
산업연은 "토목건설은 지난해 4분기에 시작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고, 건물건설은 주거용 건물과 비주거용 건물의 동반 부진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며 "올해 추경에서 건설경기 보강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약 8000억원 증액한 것은 향후 건설투자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설비투자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1.8%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자본재 수입가격 상승과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 등이 확대 속도를 제한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산업연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경기 회복과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에 시작된 회복세가 올해 1분기에도 유지됐다"며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기 대비 감소 전환하면서,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도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민간소비는 금리 인하와 신정부 출범 효과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부담과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1.0%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겠지만, 회복의 속도는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연은 "신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 등 상방요인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세 지속과 체감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전년 수준의 증가세가 예상된다"며 "다만 민간소비 활성화를 위한 정부 재정 지원 확대 등이 소비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3분기 이후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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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소비 관련 지표 증감률 [자료=산업연구원] 2025.05.27 rang@newspim.com |
◆ 산업별로 '희비'…전통 제조업 부진한데 신산업만 선방
13대 주력산업 가운데에서는 신산업군 중심으로 일부 반등이 기대되는 반면, 자동차·철강·정유 등 전통 제조업은 수출과 생산 모두 위축될 것으로 예측했다.
IT 신산업군 수출은 AI 확산과 반도체 수요 회복에 따라 전년 대비 4.7% 증가할 전망이다. 정보통신기기(2.1%)와 반도체(2.3%), 바이오헬스(3.1%)는 상반기보다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전(-0.5%)과 이차전지(-2.2%)는 해외 생산 확대 여파로 인해 생산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산업은 상반기 일시적 둔화(-5.8%)에도 불구하고 연간 생산은 전년 대비 증가가 예상된다. 글로벌 해운 발주 수요와 고부가 선박 중심 수주가 주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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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 주력산업의 산업전망 기상도 [자료=산업연구원] 2025.05.27 rang@newspim.com |
자동차와 일반기계는 미국의 고관세 정책과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하반기 생산이 각각 -4.4%와 -3.5%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의 내수는 그나마 2.1% 증가가 예상되지만, 수출 둔화가 뚜렷한 상황이다.
철강·정유·석유화학 등 소재 산업군은 저유가와 수요 위축 영향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할 것으로 봤다. 특히 철강은 하반기에도 내수(-0.1%)와 생산(-1.3%) 모두 침체가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연은 "IT 수요 개선이 정보통신기기와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생산과 수출 확대를 견인하게 된다. 바이오헬스와 조선산업도 일시적 둔화가 나타나겠으나 연간 실적은 무난할 것"이라며 "자동차와 기계, 철강, 정유 등은 침체 국면이 지속된다. 석유화학의 업황 회복 시점은 내년 이후로 연기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관세 리스크에 中 경쟁까지…하반기 산업 기상도 '흐림'
산업연은 하반기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의 그늘이 짙어질 것으로 봤다. 가장 큰 변수로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국의 공급 확장을 언급했다.
미국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철강 등 한국 주력 산업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직접적인 수출 위축과 글로벌 수요 감소 등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부 산업은 미국 시장을 우회하는 제3국 경유 수출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의 경우 자급률 확대와 과잉 공급이 결합되면서 한국 기업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고부가 제품까지 직접 경합이 예상된다. 이에 산업연은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압박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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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 주력산업의 내수 증감률 전망 [자료=산업연구원] 2025.05.27 rang@newspim.com |
산업연은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AI와 전기차, 바이오 등 유망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동차·철강 등 전통 제조업의 경우, 수출시장 다변화와 고부가 가치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또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이에 따른 산업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도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공급 기반의 약화를 보완할 수 있는 투자 인센티브와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은 "단기적 하방 압력에 대비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릴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관세와 경쟁 심화라는 이중 변수 속에서 이제는 단기 대응을 넘어선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