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연합(EU)에 미국산 제품에 대한 선제적 관세 인하를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재 유예 중인 EU에 대한 20% 상호 관세를 강행할 방침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마로슈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에게 이같이 요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EU는 양측이 공동으로 합의한 협상틀 초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하고 있으나, 미국과의 입장 차가 여전히 커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EU 측 제안에 불만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EU가 상호 관세 인하만을 제안했을 뿐 다른 무역 파트너들처럼 미국산 제품에 대한 자체적 관세 인하를 약속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미국이 협상 의제로 요구한 디지털세 문제를 EU가 협상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도 불만이다.
미국은 EU가 제안한 상호 관세 철폐안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하지만 실제로는 EU 측에 유리한 구조라고 보고 있다. EU가 자국 제품 기준(제품 표준)을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고 있어, 명목상 관세가 철폐돼도 미국산 제품의 유럽 시장 진입은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어 대표와 셰프초비치 부위원장은 다음 달 파리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이번 만남은 미·EU 간 통상 갈등이 확산될지 여부를 가늠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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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러스트.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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