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제주항공 2216편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 비극은 우리나라 항공 역사상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남았다. 사고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건의 명칭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다. 이 사고는 '제주항공 참사'인가, '무안공항 참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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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욱 산업부 차장 |
항공 사고 명칭은 보통 항공사명과 편명을 기준으로 붙이는 것이 국제적 관례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와 언론은 '제주항공 참사'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공항 구조물과 외부 요인에 따른 복합적으로 작용한 참사였다는 점에서 이 명칭이 적절한지에 대한 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고 원인으로는 활주로 말단에 설치된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과의 충돌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 지목된다. 이 구조물은 평소에는 항공기 운항에 방해가 되지 않지만, 활주로를 이탈하는 비상 상황에서는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존재해 왔다. 조류 탐지 실패나 관제 대응 미흡도 원인 중 하나로 언급된다. 이러한 구조적·시스템적 문제는 제주항공이 통제하거나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사고 당시 제주항공 조종사들이 보인 대응이다. KBS 시사기획 '창' 보도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조류와 충돌하기 직전 이미 고어라운드(복행)를 시도했으며, 이는 단순한 기계적 반응이 아닌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랜딩기어 미전개 착륙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항력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어를 내리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승준 청주대 교수는 "조종사들은 당시 가능한 모든 판단을 총동원해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생존자를 남긴 동체 착륙 또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오히려 비상 대응의 모범 사례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마지막까지 생존을 위해 분투했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항공 참사'라는 명칭은 자칫 조종사와 항공사 전체에 부당한 낙인을 찍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명칭은 단지 단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책임의 방향을 정하고, 대중 인식을 형성하며, 유가족의 상처에 영향을 준다. 조종사의 분투가 재조명받고 있는 지금, 이 사고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을 분명히 하되, 억울한 오해와 낙인이 남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