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챔피언십 최종일 공동 47위... '텃밭' 퀘일할로 클럽서 초라한 성적
드라이버 부적합 판정에 페어웨이 안착 46%... 사흘 내내 인터뷰 사양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마스터스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자신의 '약속의 땅'으로 불리던 퀘일할로 클럽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 무너졌다. '티박스의 제왕'이라 불리던 장타자 매킬로이의 고전은 골프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가장 강력한 무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세계 정상급 선수라도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대회는 여실히 보여줬다.
매킬로이는 19일(한국시간) 최종 합계 공동 47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치고 말없이 대회장을 떠났다. 챔피언조가 출발하기도 전에 주차장을 빠져나가 공항으로 향했다. 한 차례도 언론 앞에 서지 않은 그의 모습은 과거 같은 대회에서 80타를 치고도 기자회견장에 나섰던 타이거 우즈(미국)와 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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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매킬로이가 19일 PGA 챔피언십 최종일 드라이버 티샷을 마치고 공의 궤적을 불안하게 주시하고 있다. 2025.5.19 psoq1337@newspim.com |
이번 대회는 매킬로이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PGA 투어 첫 우승과 4차례 우승을 안겨준 퀘일할로 클럽에서 열리는 만큼, 마스터스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그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와 동반한 1라운드에서 3오버파 74타 쳐 출발부터 불안했던 매킬로이는 나흘 동안 단 한 차례도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하며 고전했다.
매킬로이의 부진은 결국 장기였던 드라이버 샷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대회 전 미국골프협회(USGA)의 무작위 클럽 검사에서 매킬로이의 드라이버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매킬로이는 사용하던 테일러메이드 Qi10 모델 드라이버 대신 예비 드라이버로 대회를 치렀고 티샷 정확도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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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매킬로이가 19일 PGA 챔피언십 최종일 14번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다. 2025.5.19 psoq1337@newspim.com |
실제로 매킬로이의 드라이버 샷 페어웨이 안착률은 대회 기간 동안 46.4%에 불과했다. 1라운드에선 4번, 2라운드에도 6번밖에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했다. PGA 톱랭커에게는 처참한 수치다. 드라이버 난조로 인해 1라운드에선 보기 3개와 더블보기 1개를 기록하며 3오버파, 간신히 컷을 통과한 2라운드에서도 버디 6개를 잡았지만 보기가 4개나 나왔다. 이후 3, 4라운드 연속 1오버파에 그치며 순위는 추락했다.
문제의 드라이버는 본인이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라 장시간 사용으로 인해 페이스가 얇아져 반발력이 규정치를 넘었을 가능성이 크다. USGA는 이에 대해 "선수도 모르게 클럽이 테스트 임계값을 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플레이한 잰더 쇼플리(미국) 역시 "로리뿐 아니라 몇몇 선수가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예비 드라이버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매킬로이 본인의 입장은 여전히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매킬로이가 다음 대회쯤 드라이버 교체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