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법원에 공개 출입하던 지난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위증교사 2심 재판이 연기됐다. 수년간 사법리스크에 시달리던 직전 제1야당 대표의 재판이 전부 멈춘 날, 파면 당한 직전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재판에 시달리게 된 상반된 모습이다. '정치의 사법화'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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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희 사회부 기자 |
문제는 정치의 사법화가 극심해져 '사법의 정치화'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사법의 정치화란 법원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결하거나, 정치권이 법원에 영향을 미치려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특정 판결이 논란이 되는 것을 넘어 법원의 정당성과 중립성 자체가 흔들릴 때 발생하는 문제다.
최근 사법부의 두 축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연달아 '사법의 정치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논란과 관련해 전국법관대표회의임시회의가 이달 26일 열린다. 표면적으로는 '이 후보 파기환송심'이 촉발한 임시회의지만, 전국의 판사들은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 섞인 토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도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보수 진영은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점과 진보적 판결 경향을 보여왔다며 집중 공격했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비교해 심리과정은 신속히 진행된 반면 평의 과정은 길어져 절차적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제는 일선 판사들의 정치적 견해까지 언론을 통해 공공연히 표출되고 있다. 일부 판사들이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리는 대법원 비판·옹호 글들이 실시간 중계되는 수준에 달했다. 표현은 자유지만, 자칫 사법의 정치화로 비치거나 악용될 수 있어 보인다. 내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바라보는 당사자들의 심정은 과연 어떠할까.
법관이 정치적 고려 없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할 수 없다면 사법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국민이 사법을 더 이상 공정한 심판자로 보지 않고 정치의 도구로 인식하게 되면 법치주의의 근간은 무너진다. 전국법관대표회의임시회의가 사법부 본연의 역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치의 사법화도 안 되지만, 사법의 정치화는 더더욱 안 된다. 둘은 독립될수록, 섞이지 않을수록 빛나기 때문이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