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24 층간소음 민원 36만2771건 달해
층간소음 초래 강력범죄 5년 사이 10배 증가
뛰거나 걷는 소리, 망치질, 가구 끄는 소리 등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방화 사건 용의자가 과거 이웃들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사실이 드러나며 보복 범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강력범죄가 계속되면서 사회 불안이 커지자 정부가 나서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17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지상 21층, 지하 2층 규모의 아파트 4층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추락해 중상을 입는 등 총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용의자는 과거 층간소음 문제로 아파트 이웃들과 수개월간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보복 범죄 가능성을 포함해 구체적인 범행동기를 수사 중에 있다.
시민들은 층간소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동시에 그로 인해 살인·방화 등 강력범죄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층간소음으로 초래된 살인·폭력 등 5대 강력범죄는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5년 사이 10배 증가했다.
김가빈(29) 씨는 "최근 새로 이사한 집에 층간소음이 있어 관리실에 이야기를 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고 직접 찾아가 말하는 건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연진(36) 씨는 "밤마다 윗집에서 너무 시끄럽게 해서 몇 번 찾아가 이야기했었는데 그쪽에서도 짜증이 났는지 또 찾아오면 저를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다"며 "층간소음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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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21일 오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5.04.21 choipix16@newspim.com |
지난 2012년부터 2024년까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36만2771건에 달한다.
층간소음 원인 유형으로는 뛰거나 걷는 소리, 망치질로 인한 타격음, 가구 끄는 소리, 가전제품 이용, 문 개폐, 악기 연주, 반려견이 짖는 소리 등이 있다.
민원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와 국토교통부 중앙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경우는 2014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각각 2건과 20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운영하는 분쟁조정위원회가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실련은 층간소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공동주거시설 층간소음 관리법 제정을 입법청원했다.
해당 법안에는 모든 신축 공동주거시설의 동·호수별 바닥충격음을 실측해 그 결과를 입주자에게 고지하고, 층간소음이 발생한 경우에는 전문가에게 소음 측정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하며, 소음을 유발한 사람이 측정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황기호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은 "층간소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지을 때 잘 짓는 것이 기본"이라며 "제품이 문제인데 물건에 하자가 있는지도 모른 채 구입한 사람들끼리 민·형사상으로 다투는 참담한 현실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층간소음 완화는 국민 삶의 질과 관련된 중요한 과제"라며 "명확한 기준 설정과 준비를 통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유발을 막을 수 있다"며 정부가 현실성 있는 층간소음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