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분양 1만2천가구…16년 만에 최저 수준
"미뤄도 손해"…자금난에 지방 분양 이어져
미분양 악화일로에…정부, LH 매입·CR리츠로 호구지책
지방을 중심으로 '불 꺼진 아파트'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미분양이 확산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중견·중소 건설사 전반으로 번지면서 건설업 전반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4월 위기설이 불안감을 키우는 가운데 7월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와 건설비 상승 요인이 겹치며 대형사 붕괴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 대책은 실효성을 얻지 못하고 지역경제 슬럼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와 분양시장 현장의 위기를 짚고 해법을 모색해봅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악성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분양물량이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회귀했다. 지방 건설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분양에 나서는 '울며 겨자 먹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분양이 지연되면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구조 탓에, 미분양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현장을 멈출 수 없는 처지다.
다만 악성 미분양 악화가 이어지면서 향후 건설사들의 지방 분양 축소가 강하게 점쳐지며 부동산 시장 양극화 현상이 우려된다.
◆ "미뤄도 손해"…금융위기 이래 최악 미분양에도 지방 분양 이어져
1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1만2358가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약 3만5000가구) 대비 3분의 1 수준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분양이 위축됐던 2009년(5682가구) 이후 16년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분양 물량이 급감한 배경에는 악성 미분양의 지속적인 누적이 지목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악성 미분양)은 2만3722가구로, 전월 대비 3.7% 증가했다. 이는 2013년 10월 이후 11년 5개월 만에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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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미분양은 건설사의 자금 회수를 지연시켜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분양 대금을 통해 사업 자금을 회수하고 다음 프로젝트에 착수하지만, 악성 미분양이 누적되면 현금 흐름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 이 경우 시공사는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미수금이 쌓이며 재무 악화로 이어진다.
실제 나이스신용평가의 '부동산 양극화 심화로 건설사 리스크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의 2024년 말 기준 매출채권 규모는 2021년 대비 70.1% 증가한 상태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에도 미분양으로 인해 공사미수금이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건설사들은 신규 사업 분양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기존 수주 사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등으로 책임 준공 확약이 걸려 있어 공사를 중단할 수 없지만, 신규 사업의 경우 원가 부담과 공사비 갈등 등으로 인해 보수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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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지방을 중심으로 급등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직접 매입 등의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 시선은 곱지 않다. [사진=뉴스핌DB] |
이런 흐름에서 수도권 물량의 비중은 급감하고 있지만, 정작 악성 미분양의 81%를 차지하는 지방의 물량 축소율은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1분기 분양 시장에서 수도권 공급 물량은 1914가구로 전체의 14.9%에 불과했다. 서울에서는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 한 곳만 분양에 나섰을 정도로 수도권 물량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반면 지방 물량은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비록 지방도 전년 동기 대비 38.5% 감소한 수치를 보였지만, 수도권의 물량 급감 속에서 지방 공급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셈이다.
이를 두고 유동성 위기에 몰린 지방 중소형 건설사들이 내놓은 물량이 상대적으로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연구원은 "수도권에서 분양이 거의 없다 보니 지방 물량이 많아 보이는 것"이라며 "지방 건설사들은 자금 압박으로 인해 분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미분양 악화일로에…정부, LH 매입·CR리츠로 ′호구지책′
문제는 이같은 지방의 분양 기조는 악성 미분양의 악순환을 낳아 건설사들의 수주 기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에 악성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보니 도시정비 사업같은 경우도 수도권 위주로만 들어갈 예정"이라며 "지방 분양은 리스크가 높다 보니까 수주를 상대적으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리얼하우스 관계자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수도권에서는 시장 활력이 떨어지고, 지역 부동산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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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건설사들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도 분양에 나서는 '울며 겨자 먹기' 상황이 반복되면서 지방 분양 시장이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사진은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핌DB] |
일부 건설사들은 지방에 준공을 앞둔 분양 단지들이 있어, 미분양 단지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윤 연구원은 "지방의 경우 이미 착공을 마치고 준공을 앞두고 있음에도 분양이 이뤄지지 않은 단지가 많아 향후 준공 후 미분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매입과 CR리츠(부동산투자회사) 도입 등 대책을 추진 중이다. 올해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약 3000가구를 LH가 매입하고, 2025년 상반기 중에는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하는 CR리츠를 출시할 계획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LH의 제안에 따라 악성 미분양 주택 일부를 매각하며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공공의 개입이 시작됐다는 점에 상징성이 있다"며 "효과가 입증되면 CR리츠와 함께 추가적인 매입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dosong@newspim.com